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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Jan 04. 2022

가발도 배달이 되나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단편 모음 <행운의 가발>을 보고

주인공은 대머리이다. 데이트를 앞두고 가발을 신청했는데, 그 가발을 만드는 공장의 요정이 주인공과 딜을 시도한다. 딜에 실패한 요정은 데이트 상대를 앞에 둔 주인공의 가발을 벗겨버린다. 그런데, 데이트 상대 역시 가발을 쓴 상태였고, 둘은 포장하지 않은 채 민머리 그대로 데이트를 하러 간다




갑자기 든 생각 하나, 가발업이 구독 서비스가 된다면 어떨까? 원하는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담은 머리가 주 1회씩 집 앞에 찾아오는 것이다. 혹은 주 2회, 머리를 감아야 하는 시점에 맞춰서 ‘감지 마세요! 버리고 새로 쓰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회사의 상품이 사람들에게 배달되는 것이다. 매일 자기 전 사람들은 정수리에서 자신의 모발 상태를 사진 찍어 전송하고, 탈모 속도에 따라 그 회사는 점차 가발의 모양이나 형태를 바꿔가며 손님이 원하는 머리스타일이 되도록 최적화되는 것이다.


‘가발 구독 서비스’라고 검색해보니 뷰티 헤어 스타트업 회사의 기사를 발견했다. 그곳은 가발도 패션의 일부라고 말하고 있었다. 소비자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가발을 찾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단다. 구독 서비스는 크게 3가지, 스마트 / 비즈니스 / 퍼스트 클래스 가 있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정기구독 시, 가발 2개와 연 24회의 세탁 및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사용한 가발을 해당 업체에 보내면, 세탁 후 가발 스타일을 복원해서 고객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발 2개와 한 달 2회의 세탁이라니, 사람들에게 ‘구독’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구독이라는 글자는 매일/ 매주의 타이트한 관리와 서비스, 그리고 월별 결제 등을 떠오르게 한다. 가발, 과연 구독이 가능할까?


문득 옆 팀 동료가 들려준, ‘붙이는 머리 후기’ 가 떠오른다. 그 친구는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가을이 되면서 긴 머리스타일을 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긴 머리를 붙이고 왔고, 한 달 만에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한 달 만에 되돌아간 이유를 물어보니, ‘머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얇은 꼬챙이로 긁고 있는 나 자신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타일을 바꾸고 싶었던 그는 한 달의 도전이 자신에게 충분했고, 이제 더 이상 안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그 친구가 가발을 썼다면? 어색하지 않은 가발을 쓸 수 있었고, 주기적으로 관리되어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면 한 달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가발의 재질이 ‘한 번 만들어 오래 쓴’다면, 월 별로 다른 컬러를 제공해준다거나, 헤어스타일을 주기적으로 제안해주는 건 어떨까, 인스타그램보다 더 빠른 헤어 트렌드 제공! 등의 방식으로 매 달 그달의 연예인 머리 여러 개 중 하나를 선물해주는 것이다. 머리 하러 가고 싶지만 귀찮은 직장인들 중 몇 명은 그 제품을 쓰고 싶어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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