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0.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좋은 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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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힘을 준 글이 남에게도 힘을 준다는 것. 용기도 전염된다는 것을 되새기며 주저하던 '그것'을 꼭 한번 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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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이슬아 작가다. 그녀의 에세이를 처음으로 읽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면 안 되는 사생활을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이슬아 작가는 스스로 '공개되어도 무방' 하고 '활자로 남아있어도 괜찮'기 때문에 이렇게 책으로 엮어 독자들에게 판매를 하고 있을 테다. 하지만 나는 그 정보를, 그것도 알굴도 모르는 남의 정보를, 그의 삶이 '어떠할 것'이라고 상상을 해버리게 만들 정도로 솔직하고 정직한 글을 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낯부끄러운 감정'이 묘하고 이상했다.
그 낯선 감정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감정을 따라가 보니 인식하지 못했던 습관 하나를 찾아냈다. 길을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 누군가를 가만히 볼 때 '뭘 꼬나봐!' 하는 시비에 걸린 적이 있었다. 꼭 그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타인이 공개하겠다고 했던 [어떤 것]을 마주하면 너무 내가 부끄러워하는 것이었다. 그 마음 기저에는 '나의 것을 드러내기엔 민망' 하기 때문에 타인의 것도 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내 정보의 공개범위를 내가 설정하는 것처럼, 타인 누구나 자기 자신을 '원하는 만큼' 공개하는 것이다. 이슬아 작가가, 은유 작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스토리로 남겨두는 것도 그녀 스스로가 허락한 범위 내일 것이다. 그녀와 달리 나는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강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어린 시절 엄마의 한마디도 떠오른다. '작가는 자기의 영혼 일부를 소설이든 책이든 어딘가에라도 심어놓을 수밖에 없어. 나는 그래서 그 작가의 글을 읽고 사인회를 가면 그 사람이 괜히 소설 속 주인공의 성격 중 어느 부분과 닮아있는지 유심하게 보게 돼'
이젠 내 어미의 말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내 어미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한번 더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우를 가져도 문제없을 거란 세상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이다. 그다음엔 솔직하고 정직한 글을 한번 작성해 보는 것이다. 낱낱이 A4용지를 깔아 넣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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