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 감동했잖아요. 무언가 해보려는 사람이 지닌 에너지를 사랑합니다. 더군다나 파격적이거나 단발적이지 않고 묵묵하고 장기적인 태도여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옷 가게를 나와서도 주인분의 각오가 계속 떠오르면서 '기승전-글쓰기'로 생각이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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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글 전체' 다. 작가의 '마지막 한 줄'만 답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은유 작가가 만약 집 앞옷가게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가게 주인의 각오를 듣지 않았다면 과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썼을까.
은유 작가는 이번 짧은 글 한편으로 모든 설명을 끝냈다. 그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가는 시작한다. 자기 삶 속 에피소드를 살짝 소개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주제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뿐 아니라 유명한 작가 A도, B도, C도 그러한 것과 유사한 자기만의 글쓰기 패턴이 있노라고 덧붙였다. 글을 마무리 지으며 질문에 갇힌 대답이 아니라, 확장된 한 줄로 대답을 달아두었다. (작가의 답변은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던데 맞나요?' 라는 질문에, 아마 gpt는 '예, 아니로'로 답한 다음 그 비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을 것이다. "엉덩이로 쓴다는 건, 그만큼 쓰려고 자리에 앉아있는 상태이니 결국 오래 글을 쓰려 노력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단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작가는 다르다. 은유 작가는 질문의 의도를 간파했다. 답변 속 핵심이 되는 '생각'에 대한 기회를 독자에게 다시 전달해주기까지 했다. 모든 질문에 대해 Apple to Apple로 답하지 않고 일부러 공간적 여유를 두고 대답함으로써 말이다. 독자는 직접 그 부분을 채울 기회도 얻 었다. 답변에 맞게 그 부분을 채우려 몸을 움직이고머리로 생각을 붙잡아 글자로 변경시켜 보라는 의도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질문과 대답은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이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며 실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예술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