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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Nov 02. 2024

우리의 규정을 잠깐 소개하자면,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8. 글쓰기 수업에서 혹평을 받은 후 글을 못~

8. 글쓰기 수업에서 혹평을 받은 후 글을 못 쓰고 있어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p. 65
악플이 달리거나 무플이어서 속상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선플이 달렸다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에요. 그때만 반짝 기쁜 거죠. 선플이 달렸다고 글을 안 쓸 것도 아니고 다음 글쓰기가 쉬워지지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악플이나 선플이나 글 쓰는 사람에겐 비슷한 존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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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을 읽으며 지금 참여하고 있는 '100글쓰기' 모임의 규정이 떠올랐다.


⁃ 서로의 글에 이모티콘 포함 그 어떤 반응도 금지입니다.
(표현도 좋지만, 타인의 리액션으로 인해 100글 쓰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입니다)

 

아무런 반응을 서로 달지 않기. 이 방법은 처음 100 글 쓰기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던 분이 만들었다. 그(녀)는 대학원생이었다. 글을 써야 할 일이 있는 데 혼자서는 도저히 꾸준히 쓸 수없으니 함께 쓰자며 이 모임을 만들었다. 어떤 글이든 상관이 없었으나 다만, 특이한 규정 하나를 꼭 지켜야 헀다. 참가자들은 자기의 '글쓰기 근력'을 기르기 위해 모였기 때문에 (타인의 반응에 의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오늘의 글'을 써야 하는 힘을 길러내야 했다. 그게 인내력이든 꾸준함이든, 5분 스퍼트이든 간에 매일 쓰는 동력을 찾아내야 했다. 반응을 하면,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엔 카카오톡 오픈 챗방에 링크를 업로드했다.  '메시지에 하트나 따봉을 누르는 기능'도 없던 터라, 누가 글을 올리면 이모지를 하나 쓱 남기곤 했다. 그럴 때 그(녀)가 등장해 이야기했다.


"타인의 글에 대한 반응은 금지입니다"

그때 딱 잘라 이야기해 주었던 것, 그 덕에 나는 나만의 글쓰기 근력을 만들기 위해 여러 요소들을 찾기 시작 했다.



가장 잘 써지는 나만의 근력은 '어떤 콘텐츠를 읽고 그 리뷰를 쓰는 것'이었다. 은유 작가의 책을 읽고, 책 속 소개된 에피소드에서 떠오르는 내용이 머릿속을 지나가면 잽싸게 잡아 나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이 방식 말이다. 꼭 핵심에 대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접하다 꽂히는 '장면'이 생기면, 스토리에 집중하기보다 포착한 '스냅샷'에 집중하여 그것에 대해 작성하는 것도 좋았다. '콘텐츠 리뷰' 라는 줄거리-감상 포맷을 벗어나는 변주를 시도하였을 때, 나만의 근력이 하나 생긴 듯한 느낌을 받았다. A, B, C라는 상황이 놓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곤 하는 룰이 생긴 것이다. 타인의 반응이 그 조건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타인이 많은 날엔 많은 글을, 적은 날엔 지지부진한 내용을 적었을것이다. '타인'이라는 외부 변수가, 나의 [글쓰기 함수]에 들어가 큰 가중치를 차지하는 날엔, 아무리 부던한 노력을 스스로 하더라도 그 가중치가 재 학습되기 전까지는 타인의 영향력을 무시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내가 좋아하는 나의 글근력은' 머신러닝의 학습 방법, 손실함수의 작동방식과 가중치 업데이트 방식에 빗대어 삶을 조망하는 내용'의 글을 쓸 때 크게 움직인다. 어떤 상황이든 그 프레임으로 설명해 볼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든다.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자크 데리다의 '차연' 개념을 실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본적 있다. 게다가 잘 알려진 공식을 만든 연구 결과와 실생활의 움직임이 유사하게 흘러갈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1)과 새롭게 겪은 경험 (1)을 섞어내는 작업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예를들어, 산에 올라가 '경사하강법'으로 내려왔을 때 정말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기 까지 했다. (아차산에서 정말 그렇게 내려왔었다)


이런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었던, 나의 글근력 향상에 시발점이 되었던 100글 창립자 그(녀)와 그 규정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은유 작가의 글 속에서 언급된 내용과 [그 규정이 주는 장점]이 비슷한 것이, 한편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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