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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Oct 30. 2024

"글쓰기 공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6. 글쓰기 수업을 듣는 게 도움이 될까요?

p.55
그럴 때 말씀드려요. 글쓰기 수업은 '포트락 파티'라고요. 각자 음식 한 가지씩 챙겨서 모이듯이 우리는 자기 글을 갖고 모이는 겁니다. 그런 자리에서 나만 음식을 안 가져오고 남들이 가져온 음식만 먹으면 미안하죠.

(중략)

제가 꾸리는 글쓰기 수업은 강사가 일방적으로 팁을 제공하는 강의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는 워크숍 형식의 수업이기에, 서로의 삶과 삶에서 우려낸 글을 내주어야만 그 자리에서 배움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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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클래스와 코칭을 1:1로만 들어본 경험이 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보통 한 달에 4번, 매주 하나씩 전해오는 학습지 같은 걸 받아 풀듯 글을 써냈다. 피드백을 주는 글쓰기 선생님은 나의 글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보며 '어느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에선 더 명확하게 묘사해야 하는지' 짚어주었다. 대부분 받았던 피드백이 이러했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고, 생각으로 퉁친 바람에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찾을 수 없었던 글 속 문제들을 선생님이 찾아주었고, 그 글을 고쳐 한번 더 보내고 '잘 고쳐졌는지' 피드백을 받는 정도였다. 사실 그렇게 해도 내겐 글쓰기 수업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과 내가 '과제'로 이어진 사이 같진 않았다. 편지로 이어진 사이 같단 느낌도 들었다. 내가 만든 어떤 것에 대해 긍정하고, 더 예쁜 부분을 찾아내고, 찾아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그 프로세스가 참 좋았다. 온라인임 었지만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만큼 따뜻했다.


그런 내게, 또 다른 방식 <워크숍>이라는 글쓰기 클래스는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마치 1:1 개인 상담을 받던 사람이 집단 상담을 나갔을 때, 그 집단 상담 속 내담자들이 만들어내는 상호 간의 영향력이 되게 생소하듯 말이다.


그 비슷한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이. 코칭보다는 <모여서 각자 글쓰기> 느낌이 강했다. 각자가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쓰고, 그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짚고 넘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 몇몇 순간에는 모두가 동일한 주제로 글을 썼었다. 그때의 경험이 생각난다. 나의 죽음에 대해 써보시오, 하는 묵직한 주제를 각자가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 속에서 글쓴이를 다시 보게 되는 경험도 했다. 선택 가능하다면 조장을 하고 싶다는 사람부터, 죽기 전에도 평소와 다른 삶을 살다 끝을 맺을 거란 사람까지 다양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그렇게 ' 보는 이유도 궁금해졌다. 글로 충분히 풀어헤쳐진 사람들을 모아도 계속해서 더 많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었었다. 그 2시간 동안 정말 긴장감 있게 나와 타인에 대해 번갈아가며 집중했었다. 그 모든 건 함께 글을 쓴 사람들과 같이 내뱉었던 '글쓰기 공기' 속에 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때의 경험을 다시 줄 수 있는 클래스라면, 정말 참여하고 싶다. 글쓰기 스킬이 어느 정도든 상관없이 선착순으로만 모집한다던 (! 몸이 두 개가 되어주세요 작가님 ) 그 클래스의 다음은 언제인지 , 괜히 한번 검색해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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