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5.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p. 46
겸양이나 자기 비하의 외피를 쓴 질문이자 사회학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한 질문입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자기 정리가 선행되어야 답할 수 있는 실존의 물음이고, 글 쓸 권한을 누가 정하는가 하는 권력의 문제기도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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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자에게 묻고 싶다. 스스로 생각하는 '완벽한 상태'는 무엇인가요? 글을 잘 쓰고 있는 사람은 누가 생각나세요? 왜 그 사람의 글이 잘 썼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자기만의 기준을 스스로의 입을 통해 말하도록 하고 싶다. 나 또한 같은 질문을 했었고, 그 답을 스스로 내뱉으면서 글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책 속에선 은유 작가님이 멋진 표현으로 그 답을 정리해 주었다. [자기 정리가 선행되어야 답할 수 있는 실존의 물음]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내 머릿속 글 잘 쓰는 작가는 <은유>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며 나 혼자 감동받아 답장냥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여러 부분 중 내가 특별히 닮고 싶은, 탄성을 지르게 하는 부분은 이런 표현들이다.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툭, 하고 낯설지만 독자가 스스로 소화시킬 만한 수준의 단어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한다. 마구 열거를 하듯 늘어놓지 않고, 적당히 압축된 단어로 표현한다. 그 깔끔하고 세련된 표현들이 참 닮고 싶었다. 게임 속에서 그런 '능력치'를 판다면 여러 번 구매했을 것이다.
브런치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사람의 글에 자꾸만 머물러있게 된다. 최근에도 알게 된 한 작가님의 브런치가 너무 재미있었다. 킬킬대며 읽다 보니 그의 브런치에 머물러 있던 시간이 1시간은 넘었었다. 자기 고백적인 사람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신상이 담긴 정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알게 되어' 민망한 상태가 되었던 적이 몇 번 있었기도 해서, 그런 글들을 조금 멀리했던 최근이었다. 그의 글엔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있었지만 과하지 않았다. 표현은 신박하지 않았지만 리듬감 있었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글쓰기 포맷도 갖고 있었다. 그 여러 요소들을 보며, '잘 쓴 글'의 정의에 몇몇 요소를 더했다.
나의 '잘 쓴 글' 기준은 매번 바뀔 것이다. 최근에 읽은 재미있는 글의 문체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잘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 사람도 분명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최근에 읽고 접한 콘텐츠에 따라, 자기의 생각에 따라 계속. 어차피 기준도 계속 바뀐다면, 고정값이 아니라면, 뭐 어찌 써도 되지 않을까.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닌 건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