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늘 하던 익숙한 글쓰기를 그만둔다 2. 쉬면서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나를 가만히 둔다 3.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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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글쓰기 슬럼프는 짧게 찾아오곤 했다. 내가 쓰는 글의 80%는 나의 푸념을 담은 일기였기 때문에 매일 쓰는 '맛'이 있었다. 나머지 20%의 글을 각 잡고 쓰려고 할 때 꼭 한 번씩 찾아왔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슬럼프를 해결한 방법 중 하나가 작가의 방법과 닮아있어 반가웠다.
100일 동안 연속해서 글을 쓰고 잠깐 쉬는 모임을 16기째 하고 있다. 이미 1500번의 글(같은 일기 포함)을 썼던 것이고, 이번이 지나면 16번째가 된다. 1년에 300일 정도 글을 쓰고, 65일 정도는 나눠 쉬고 있다. 5년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패턴도 잡혔다. 1월, 5월, 9월에 시작하는 이 글쓰기 프로젝트는 초반 20일 정도는 힘 있게 진행되지만 그 이후로는 흐지부지 집중력이 흐트러져 버린다. 100 글 쓰기를 시작한 지 3번째 정도 되었을 무렵, 힘주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만 1년이 되어갈 즈음부터 나의 슬럼프는 찾아왔던 것 같다.
그때였다. 직장 동료가 '디즈니 플러스'를 이번에 결제했다고 하면서 재미있는 영상을 한 편 보여준 것이다.
"회사에 실뭉치가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다른 존재들은 다 인간이나 혼자 실뭉치 처지에 있는 주인공은 꽤나 난처해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오래된 말처럼, 실뭉치도 기존 멤버들을 점차 닮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자기와 동일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실뭉치의 입사 사실을 알게 된다. 뉴 실뭉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과 같이 정체성에 고민하지 않도록) 먼저 손을 내밀고 그를 회식에 초대했다"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를 담은 '숏' 영상이었다.
영상에 대한 나의 감상을 너무 남겨보고 싶었다. 그날 글쓰기 주제로는 딱이었다. 짧게 영상 줄거리를 적었다. 그 영상 속 '나만의 해석'도 덧붙였다. 왜 주인공은 그랬을까. 내 상황이라면 어떨까? 주변인이었다면, 아니 이게 회사가 아니라 사회로 확장된다면 어떤 의미를 덧붙일 수 있을까 마음껏 상상하며 글을 썼다. 글의 진도가 그렇게 빠르게 나갔던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 속도감이 참 즐거웠다. 다른 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글을 쓰도록 만들었다. 몇 번을 보고 그 영상마다 좋아했던 장면을 글로 남겼다. 몇몇 영상 속 주인공들은 나를 닮은 느낌도 들었다. 어떤 글을 다 쓰고 나서 나의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희한한 주제를 따라 나도 신박한 생각을 하며 썼던 글도 기억에 난다.
이렇게 모아둔 글을 갖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삶의 일반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로는 종종 탈락했었는데, 이번은 달랐다.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 받았을 때, 무언가 하나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영광을 디즈니 플러스에 돌리고 싶었다. 남은 영상들도 모두 보며, 매일매일의 글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벗어난 글쓰기 슬럼프, 은유 작가의 말처럼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 본다]는 글쓰기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