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4.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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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어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재능인가?
(중략)
글쓰기의 출발은 소박하죠. 기억작업이고 자기 구원입니다. 저도 저 살자고 썼던 게 크고요. ' 아 사는 게 참 힘들구나. 사람은 고통스러우면 안 되는 존재인데 이렇게 고통을 받으며 사는구나. 고통 속에도 살아가는 법, 고통이 조금씩 견딜 만해지는 과정을 기록하면 이걸 읽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지.' 이 정도의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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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도 100 글 쓰기 프로젝트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했었다. 돌이켜보면 첫 글의 시작은 '이별 후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혼자 삭이지 못했던 것에서부터였다. 이미 이별을 고했지만 미처 그에게 남기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불덩이처럼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로 남길 수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 사람'이 필요하기보단 말할 곳이 필요했다.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을 잘 풀어내야만 내일의 일상을 사는 게 가능했다. 그 응어리를 품고 다음 날을 살기엔 표정에 모든 것이 다 쓰여있었다. 그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싶어 글을 썼었다. 그 글이 누군가에게 공유가 되길 바란 적은 없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아픔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안 했었다. 뭐 세상에 공유할 만한 거리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더 구구절절한 로맨스 영화가 있지 않나. 나는 그것도 아니었으니 그대로 글을 혼자 쓰고 혼자 보았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노션이 아니라 블로그라니, 조금 더 개방된 글쓰기를 하시는군요!' 그때 이해했던 수준은 '너의 글을 볼 사람이 폐쇄적인 소수가 아니라 일반 아무개'였다. 그 뜻이 맞을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은유 작가의 이야기를 보니 재해석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이전까지 나도 [기억 작업 이자 자기 구원] 류의 글을 써댔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서 나의 이 작업들이 나뿐 아니라 세상에게도 조금 흘러들어 갔으면 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나 자신에게로 오롯이 향했던 관심의 눈길이 거둬졌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내 주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타인들, 그 타인이 만드는 세상으로 관심사가 변했다. 그러자 내 글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해 '보내고' 싶었다. 아주 작은 유리병에 편지를 넣고 바닷가 어디에서 떠내려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혹시 누군가가 읽는다면, 그냥 뭐 이런 사람도 있다고 알아달라고요, 정도.
이런 나의 글쓰기는 무엇을 위한 재능일까. 그건 아직도 미지수다. 누군가에게 더 큰 상상을 제공했다면, 그들의 머릿속에 씨앗을 전해주는 '상상력 씨앗 분양자'가 될 것이다. 내 글로 하여금, 내가 본 콘텐츠를 같이 즐기고 싶단 마음이 생긴다면,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인간화 버전'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내 글의 '능력'은 정말 다양하게 이름 붙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나의 능력을 확인해 나가는 일, 그건 앞으로 어떤 모양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