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게슬기롭다 Jan 21. 2022

이 음악, 누구의 선택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단편 모음 <다운타운>을 보고

LA 다운타운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




영상미는 좋았지만, 음원이 더 강력했어야 했다. 음원이 영상에 비해 가볍고, 주인공 발바닥에 붙어있는 캐릭터 이미지가 너무 ‘귀여워서’ 아쉬웠다. 조금 더 강렬했다면 더 오래 반복적으로 보았을 텐데 말이다.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사이에 올라와있는 영상들 사이에서 조금 헤매 본다. 처음으로 본 것은, 영국 가수 John K의 parashutte라는 노래, 영상은 원테이크로 구성되어있었고 주인공이자 유일한 등장인물인 가수는 한껏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너에게 빠져 너무나 행복한 요즈음’을 가사와 몸동작으로 표현한다. 나도 3월 ~ 4월 즈음 햇빛이 가득 내리는 길을 걸을 때 저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곡은 ‘위스키와 함께 들으면 좋은 재즈 보컬’이다. 한동안 재즈를 찾아들었다. 술과 함께 들으면 더욱 재미있던 게 재즈였다. 여러 곡을 한꺼번에 묶어 놓은 재즈 영상도 많이 즐겼다. 그런데, 실제 재즈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생 음악’을 들은 이후로는 유튜브 영상 속 ‘묶어놓은 재즈 음원’ 들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 버티며 들으려고 하지만, 재즈바에서 느꼈던 확장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오히려 재즈를 들으면서 실망을 느끼게 되는데, 재즈를 향한 나의 애정을 실망감으로 덮을 수 없어 그 영상을 끄는 쪽을 택했다.


세 번째 곡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최상단에 위치한, 요즘 방송 중인 <싱어게인> 등장인물들의 노래였다. 잘 알려진 노래를 그 가수 외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프로그램 영상을 찾아 듣는다. 원곡 가수가 표현하는 느낌도 있지만,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새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 그러나 내가 아는 노래가 주는 편안함(!) 도 느끼고 싶을 때 꼭 찾게 된다. 오늘 들은 노래는 점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는 곡 두 가지다.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과 ‘즐긴 음악’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미디어가 선택한 것인가?


약간의 혼란이 생긴 밤이다.

이전 09화 '죽음'도 알고 보면 일하는 중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