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득 Nov 23. 2024

day10ㅡ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의 추억

by 신디북클럽




* 글을 잘못 발행하여 브런치북으로 다시 같은 글을 발행하였습니다. 전에 올렸던 글에 라이킷 해주셨던 분들 감사하고 글 삭제 죄송합니다. 아직 사용방법이 어색해 이해 부탁드려요.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서 여덟 살부터 열 여덟까지 십 년간 한동네에서 함께 지낸 친구들 모두 제각각 흩어져 살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 다같이 모이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술을 먹을 수 있게 된 우리들은 단지에 생긴 핫한 치킨집에서 다시 만나 반갑다며 맥주잔을 부딪혔다.


그 집 치킨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바삭하게 튀겨진 후라이드가 전에 먹던 맛과 뭔가 달랐다. 치킨집 브랜드는 둘둘치킨이라 했다. 이름이 좀 우습게 느껴졌다. 둘둘치킨 가게 주인 아저씨는 젊고 행동이 재빨랐다. 활짝 웃는 모습에 목소리는 하이톤으로 친절했다. 북적이는 가게 속에서  우리들의 젊음은 주인 아저씨가 튀겨주는 치킨과 시원한 맥주로 더 달달해다. 남친과 헤어졌다고,  시험에 합격해서, 취직이 안되어서,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둘둘치킨집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어 나오라면 당연히 그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그러다 친구들이 하나 둘 다른 지역으로 시집을 가기 시작하고 나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그 둘둘치킨 집은 어느새 추억속에만 존재하다 잊혀지게 되었다.


이십년이 지나 나내 남편과 아홉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예전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익숙한듯 낯선 단지를 둘러보다 둘둘치킨 가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집이 아직도 있다고? 이십년 전 친구들과 짠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잊지못할 달콤한 후라이드 치킨맛도 함께. 엊그제 같이 생생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과 남편을 데리고 그 곳을 갔다. 아홉살 아이들을 데리고 옛날 추억속 에 들어가는 느낌.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그곳에 아직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는 아직 있을까. 치킨맛은 그대로일까. 가슴이 벅차고 설렜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확실히 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십년만큼 나이든 아저씨가 테이블 귀퉁이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축쳐진 어깨가 뭔가 힘이 빠져보였다. 아내로 보이는 분이 무뚝뚝하게 주문을 받으며 뻥튀기를 가져다주었다. 더이상 예전의 북적이던 활기있는 신생가게가 아니었다. 가게는 전보다 훨씬 작아보였다. 눈앞에 이십년전 친구들과 내가 떠들썩하게 떠들고 웃고 있는 듯했다.  


치킨맛은 그대로였다. 아이들은 맛있게 치킨을 뜯고 나는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남편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여기가 이십대에 아지트 같은 곳이었는데. 아저씨는 나를 기억 못하나봐." 뿌링클만 먹는 아이들은 닭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아웅. 후라이드도 맛있네."


친구들이 그리웠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웠다. 오랜만에 그때 그 친구들을 소환했다. 아마도 모두가 모인 건 팔년만인가. 뭐가 그리 바빠서 그 동안 못 만난걸까. 아니지. 팔년이 왜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걸까. 그래  그렇지 그동안 코로나도 지나갔으니. 


사는 곳이 경기도 끝과 끝이라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 얼굴엔 살짝 주름이 지고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났지만 우리는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어린시절 오래된 친구의 좋은 점은 언제 보아도 어제 본듯 반갑고 서로에게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둘둘치킨이 아직도 있더라." 소식에 친구들이 반겼다.


 어느날 아저씨가 우리를 배웅하며 말씀하셨다. "가게 처음 생겼을 때 친구들이랑 오셨던 그 분 맞죠? 긴가민가 했는데 맞구나. 기억하죠 당연히. " 나는 이제 둘둘치킨에서 새로운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


이전 09화 day9ㅡ취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