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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득 Nov 19. 2024

day9ㅡ취향

by 신디북클럽






취향? 


취향이랄 게 뭐가 있지? 나는 내 취향이 뭔지 모르겠어. 뭐든 그냥 상관없다고. 나는 그냥 다 좋아가 입버릇이야.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정말 그렇다니까. 음 사실 귀찮기도 해. 이러나저러나 뭐 어떠리. 작은 차이를 구분해 가며 선택하는 그런 것들이 그냥 다 귀찮아. 

내가 뭘 선택하고 싶은데 참고 "그냥 니 마음대로 해"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정말로 나는 다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렇게 계속 살아왔더니 내 취향이 뭔지도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나는 신승훈을 오래 좋아했지. 그렇다고 롹이나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나는 임재범. 윤도현, 룰라, 젝스키랑 H.O.T, DJ DOC도 좋았다고. 가끔 클래식이랑 국악채널도 듣는다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떡볶이? 하지만, 순대 간도 좋아하고, 짜장면, 스파게티 모두 좋아하지. 선짓국, 곱창, 닭발도 없어서 못 먹고. 개불마저도 좋아한다고. 물론 술도 안주에 따라 다양하게 맥주, 소주, 막걸리, 와인, 양주 다 좋아해.


기차든 비행기든 관광이든 휴양 여행이든 아니면 집구석에 박혀있어도 다 그냥 좋아.


내가 좋아하는 옷이나 머리 스타일? 아니 그딴 거 없어. 아무거나 걸치면 그만이고 머리도 사실 다 밀어버리고 싶은걸 참고 있다고. 아프리카에선 머리 다 밀고 천 하나만 걸쳤던데 맨발에 말이야. 그냥 우리도 그렇게 살면 안 되나 싶다고. 옷 고르기 귀찮아서 남편옷을 막 입고 다녔더니 남편이 그러는 거야. 그러다 내 팬티도 입고 다니겠다아?


그런데 말이야. 내 취향인 건 딱 꼬집어 못 찾겠는데 방금 내 취향이 정말 아닌 걸 찾은 것 같아. 긴 머리가 귀찮아서 짧은 단발로 컷을 했거든. 원래 있던 미용실이 문을 닫았길래, 얼마 전 그 미용실 바로 옆에 딱 붙어서 차린 용감한 미용실에 갔던 거야. 그분이 "저 머리 컷 쫌 잘해요." 하며 자신 있게 잘라놓은 헤어스타일이 영 정이 안가. 내가 웬만큼 망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거든. 근데 뒤에서 보면 내 머리스타일이 뒤집어진 브이자 모양인걸. 


친구가 그래. "야 그거 옛날 스타일 아니야? 큭." 

그러니까. 그러게 말이야. 옛날 스타일이든 뭐든 머리나 묶였으면 좋겠는데. 속을 글케 짧게 파놓았으면 삐져나오지나 말든가. 이렇게 잘라놓고 3천 원은 왜 더 받지? 아우... 정말 그 미용실 내 취향 아니야. 다신 안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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