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매너
'매너는 어렵다.'
'매너, 알아도 쓸 일이 없다.'
매너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 매너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 일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행동이다.
어렵지도 않고, 쓸 일이 없지도 않다.
다만 좋은 매너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쁜 매너의 모습은 아주 잘 보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독 레스토랑에 가면 나쁜 매너의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직원들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향해 "매너 없는 행동이에요"라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맛집 대기줄에서 내 앞으로 새치기를 하거나,
112에 신고할 일을 목격하지 않는 이상
'매너가 쓰레기다'라고 다들 생각은 하지만
굳이 상대를 향해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생각보다 좁고,
어떤 상황에서 서로를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멋진 매너 하나로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매너 하나는 당신의 인생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레스토랑 매너가 있다.
바로 입장 매너이다.
동네 맛집이나 욕쟁이 할머니네 말고,
그래도 1인 식사비용이 2~3만 원 이상 되는 레스토랑이라면
대부분 입구에서부터 직원이 안내를 해준다.
그런데 가끔은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 안내해주는 직원이 자리를 비운 경우들이 있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은 1분을 채 못 기다린다.
그냥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서 눈에 띄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직원이 급하게 달려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때, 매너 좀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1단계는 기다린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면서 기다린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면
1분도 기다리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안다.
메뉴 이야기라도 하면서 기다려보자.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직원이 돌아온다.
2~3분 정도 대화를 하면서 기다렸는데도
안내해 줄 직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2단계가 필요하다.
2단계는 적절한 타이밍에 한 명만 들어가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서 일행에게 동의를 구한다.
"제가 잠깐 들어가서 직원에게 요청을 해볼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런 제안을 너무 빨리하면 서두르는 느낌을 주어
오히려 일행이 불편해할 수도 있고,
타이밍을 놓치고 너무 늦어 버리면
일행들은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라
물리적인 시간으로 정의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화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도 굳이 몇 분 몇 초가 궁금하다면 2~3분 정도 지났을 때이다.
대화의 흐름이 아작 날 정도로 아주 생뚱맞은 타이밍만 아니라면
2~3분 정도면 모두의 동의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센스 있는 타이밍에 일행의 동의를 얻었다면
한 사람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안내를 요청하자.
그러면 직원이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나와서
우리 일행을 정중하게 자리로 안내해 줄 것이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너 있는 입장인가.
함께하는 일행에게도, 직원에게도, 매장 안에 있는 다른 손님에게도.
도착하자마자 직원 없이 매장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사람들
사실 이런 사람들은 5%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입구에서 잠깐 기다린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기다렸는데도 안내해 줄 직원이 나오지 않았을 때
일행이 모두 매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30% 정도나 된다.
2단계의 매너 숙지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게 무슨 큰 민폐일까 싶겠지만,
직원의 안내 없이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가
객장 안에서 적절한 좌석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은
식사하고 있는 다른 고객들에게 불편한 환경을 제공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너무나 잘 이해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고객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당황한 직원에게서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직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니까.
여하튼 매의 눈으로 살펴 찾은 테이블에 성공적으로 착석을 했다면
이제 우리 일행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꽤 많다.
일행을 뒤늦게 따라온 직원이 다가와
"고객님, 여기는 다른 고객분이 예약하신 좌석입니다.
죄송합니다만 다른 테이블로 안내해드리면 어떨까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의기양양 착석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서로 멋쩍은 눈빛을 교환하며 줄줄이 직원을 따라나선다.
다른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또 한 번 받으며 이동을 해야 한다.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물론 두 번 움직이는 게 귀찮은 것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눈으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자리에 앉고 나서도 쉽게 기분이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그래!! 저런 사람들 꼭 있어'하며 과거의 경험들이 떠올랐다면
지금까지 나는 어느 영역에 속한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보자.
매알못(매너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도 상위 30%에 속해있을 수도 있고,
글을 읽는 내내 뜨끔뜨끔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전자에 속한 사람이라면 박수를 전하고 싶다.
눈에 띄게 드러나지도,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작은 매너이지만
당신의 매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고,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시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과거의 나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의 나는 바꿀 수 있지 않은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근사한 입장 매너 하나로 나의 훌륭한 인품을 동네방네 알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쓰레기 매너로 내 인생을 말아먹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잠시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고,
서로를 위해 기꺼이 기다려주는 작은 배려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매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