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금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소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아주 확실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소확행들이
복권 당첨과 같은 커다란 행복보다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더 높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나온 연구결과인데
나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소소한 일들을 위시리스트로 만들고
그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크루즈 타고 세계 일주하기, 근사한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기'라는
위시리스트를 말씀하셨다.
이건 확실히 행복할 것 같지만 소소하지가 않다.
우리 엄마의 소확행을 훔쳐간 범인을 찾았다.
엄마 자신이닷!!
너무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한 것들 말고
정말 소소한 것이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보자.
동네 새로 생긴 예쁜 카페 가보기
친구들이랑 줌으로 홈파티해보기
과일청 만들어서 완전 예쁜 에이드 만들어 먹기
이런 것들을 SNS에 올리면 행복이 2배가 되려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을 위한 위시리스트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위시리스트 만들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소확행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저기요 안 하기'를 추천한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점 테이블에 붙어있는 호출벨이다.
이 시스템은 자기네 나라에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며
(좋은 의미로) 신기하다고 난리난리였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의미로 신기해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저기요"문화였다.
우리는 음식점에서 무언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저기 있는 직원이 잘 들을 수 있도록
아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저기요"를 외친다.
'저기요'가 아니면 '여기요'
여기든 저기든..
나의 외국 친구들은 이렇게 식사를 하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좋지 않은 의미였다.
다른 사람들의 안락한 식사를 저렇게 큰 소리로 공공연하게 방해하는데
그것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심지어 친절하게 테이블마다 호출벨까지 있는데..
때로는 그것이 정겨운 우리 문화인 경우도 있다.
'이모님!' '3인분 같은 2인분 주세요' 이런 맥락에서는..
하지만 시끌벅적 욕쟁이 할머니네나 정감 있는 노포에서 식사하는 게 아니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직업적인 특성상 외식업 종사자들을 자주 만난다.
서비스 교육을 위해 만나기도 하고,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면서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그들의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저기요"였다.
외식업체에서 바쁜 시간은 매일같이 반복된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주말이면 바쁨의 정도는 훨씬 더 높아지고
노동의 강도와 긴장의 텐션이 오를 데로 올라간다.
그럴 때 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바로 '저기요'이다.
몸은 하나인데 부르는 소리는 여럿이고,
마음이야 재빨리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몇 직원들은 주말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침대에 누워서도 '저기요'가 계속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쉬는 날 친구들이랑 음식점에 가서
어디선가 들리는 '저기요'에 심장이 먼저 반응하기도 한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기요'금지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
음식점에 갔을 때,
호출벨도 없고 직원이 주문도 받으러 오지 않는다면
저기요 대신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1단계. 주위를 둘러보면서 직원과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다가
또는 잠깐 대기하는 타이밍에 아이컨택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까지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아이컨택이 이루어졌다면 이제 2단계!!
2단계. 아이컨택이 된 상태에서 손들기
손을 좌우로 흔들기 No!! Nope!!
아이컨택이 되는 즉시!!
그러나 우아하게 손을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이 있다.
첫 번째, 1단계와 2단계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기!!
손을 번쩍 든 채로 두리번거리면서 직원과의 아이컨택을 시도하는 사람들 꼭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되긴 된다.
저기요 없이 직원이 올 테니까..
모양이 좀 빠진다는 게 함정.
그러니까 우아하게 '선 아이컨택, 후 손들기'를 기억하자.
두 번째, 손을 들면서 습관적으로 '저기요'가 나온다.
선 아이컨택, 후 손들기까지 잘했는데
손을 들면서 습관적으로 따라 나오는 말 '저기요'
'저기요' 안 하려고 '아이컨택과 손들기'가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자.
습관이 참 무서운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다음번에 더 잘하면 된다.
내 입은 내가 지키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한다는 자신을 위한 위시리스트에
나도 모르게 '저기요 금지' 항목이 생겨났고,
어느 날 음식점에 갔는데 자연스럽게 이 항목이 생각이 났으며,
선 아이컨택, 후 손들기에 이어 입단속까지 잘 지켜냈다면
당신은 소소한 행복을 확실하게 성공시켰다.
그 어떤 욕망보다 자아실현의 욕망이 가장 높은 수준의 욕망이고,
그것을 이루어 냈을 때 가장 큰 행복이 따라온다.
‘저기요 금지’가 조금 더 나은 나를 실현하는 아주 작은 욕망이 되었고,
그것을 이루어 냈으니 확실한 그것도 꽤나 수준 높은 행복이 따라왔겠지.
뿐만 아니라 당신의 소확행 덕분에 누군가의 일터가 조금은, 아주아주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다.
이런 소확행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저기요'금지 홍보대사가 되어주면 어떨까?
지금 당신의 위시리스트에 No.2가 생겼다.
'저기요' 홍보대사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