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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 Oct 14. 2021

냅킨을 목에 걸어도 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눈에는 익숙하지만 몸에는 낯선 것


우리에게 냅킨은 굉장히 익숙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막상 냅킨을 격식 있게 사용하려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눈에는 매우 익숙하지만 몸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식사할 때 냅킨을 사용하는 것은 TV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많이 보아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들의 숨 막히는 식사 장면들을 연출할 때 냅킨은 필수 아이템이 된다. 

딱 봐도 값비싸 보이는 음식을 새 모이만큼 콕콕 찍어먹고,

순백의 냅킨으로 입 주위를 톡톡 찍어내는 모습은 연출자의 의도를 확실하게 나타낸다.

또,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표현할 때도 냅킨이 사용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냅킨을 목에 딱 걸기만 하면 여러 가지 의미를 한 번에 나타낼 수 있다.

콧물을 그리거나, 머리에 꽃을 꽂는 것만큼 아주 확실한 표현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말로 냅킨을 목에 걸어서 사용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사용하는 냅킨의 사이즈는 생각보다 크다. 

최소 가로세로 45cm 정도의 정사각형 패브릭은 

뭐라도 묻히면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할 것 같은 새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심지어 곱디고운 모양으로 접혀있기까지 하다.

자칫 신기해서 건드렸다가는 원상복구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런데 이런 격식 있는 식사자리에서 

활짝 펼친 냅킨의 모서리 한쪽 끝을 목에 걸고 식사를 시작하는 슈트맨이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눈으로만 보아왔던 이들도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냅킨을 펼쳐서 무릎 위에 놓고 식사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즉, 격식 있는 자리에서 식사를 할 때 냅킨을 목에 걸어서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좋은 매너가 아니란 말이다.



키즈 매너의 첫걸음, 냅킨 떼기


식사 중에 냅킨을 목에 걸어도 아주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혹시 흰 옷을 입었을 때?? 아니다!!


바로 요미요미 귀요미들, 어린이들이 식사를 하는 경우이다.

가끔 특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 어린이 고객을 만날 때가 있다.

유아용 의자를 떼고 일반 의자에 앉은 아주 비장한 표정의 어린이 고객이다.

테이블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와 있지만 

더 이상 베이비가 아니다는 표정으로 의젓하게 앉은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얼마 전까지 교정용 젓가락을 사용했을 법한 어린이 고객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식사를 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새로운 식사도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하면서 음식물을 많이 놓치게 된다.

이럴 때, 근사하게 차려입은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냅킨을 목에 걸어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매번 냅킨을 목에 걸고 식사를 하던 어린이 고객이

시간이 흘러 언니처럼 형아처럼 냅킨을 목에 걸지 않고도 식사를 마칠 수 있다면

그처럼 자랑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

첫걸음마를 뗀 순간만큼, 태권도 흰띠를 벗는 순간만큼

가족들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그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가족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냅킨 매너로 배우는 함께 사는 세상


두 번째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식사를 할 때이다.

노약자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분들.

또는 몸을 다쳐서 일시적으로 깁스를 하고 있다거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은 분들은 

냅킨을 목에 걸고 식사를 하시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설이나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들도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불편함을 느낀다고들 한다.

우리 사회의 심리적 포용도가 훨씬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이런 마음이 잘 전달되어야 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될 세상에 대해서 

자녀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이런 대화들이 쌓이면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가장 높은 곳에서 사용하는 냅킨 


어린이도 아니고,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냅킨을 목에 걸고 아주 당당하게 식사를 허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기내식을 이용할 때이다.

원래는 기차 내에서의 식사도 포함되었었는데, 

요즘 기차는 초고속으로 달려도 흔들림 없이 아주 편안하니까 (OO매트리스만큼)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을 때가 가장 적절한 상황이 되겠다.

특히 비행기는 이상기류에 의해 예상치 못한 흔들림이 생긴다.

이런 특수상황을 고려해서 어느 곳 하나 불편함 없어 보이는 성인도

냅킨을 목에 걸고 당당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테이블 매너 중에서 최고의 난이도를 냅킨 매너로 꼽을 정도로

테이블에서 냅킨을 사용하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중에서 목에 걸어서 사용하는 이슈, 딱 이 한 가지를 가지고도

참 많은 경우의 수들을 생각해보게 되고,

정말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드라마 속 재벌가의 식사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분장에서

냅킨 하나로 정말 여러 가지 표현들을 할 수 있었듯이

우리가 냅킨을 사용하는 아주 짧은 시간을 통해 

우리의 많은 부분들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것이 우아한 내면이 될지, 드러나는 취약점이 될지는

눈에 익숙함이 아닌, 몸에 익숙한 것으로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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