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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 Oct 07. 2021

사람들을 친하게 만들어주는 테이블 세팅법

대한민국 평균 매너를 가진 사람이라면 효과 2배

원래부터 있었던 테이블 위의 거리두기


요즘은 어딜 가든 테이블 간격이 넓은 곳을 선호한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함께 이용할 때는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암암리에 자신에게 할당된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여러모로 신경을 쓴다.


그런데 사실 코로나 시대 훨씬 오래전부터

테이블 위에는 자발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을 그어놓은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암묵적으로 개인에게 할당된 공간이 있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서 개인에게 제공되는 공간,

이 공간을 전문가들은 'Personal Space_퍼스널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퍼스널 스페이스는 자리에 앉았을 때

어깨 너비 정도의 내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 위 공간이다. (보통 테이블 매트가 놓이는 곳)

이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 기준을 알던 모르던 우리 모두는 이미 이 공간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자리에 앉자마자 본능적으로 나의 영역을 온 몸으로 스캔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영역을 누군가가 침범하면 엄청 불편해한다.

법으로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비용을 지불한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상호 인정하는 퍼스널 스페이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발적으로 그 선을 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분위기로 체화된 테이블 매너이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 위에서 개인에게 제공되는 공간은 최소 가로 40~45cm, 세로 30~35cm이다.

이 크기를 기준으로 2인용, 4인용, 6인용 테이블로 구별된다.

그런데 이 퍼스널 스페이스의 기준은 '최소' 이기 때문에

실제 이 기준을 적용한 테이블에서 10분.. 20분.. 시간이 가면 꽤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정원 6명인 엘리베이터에 6명이 모두 탄 느낌이다.



갑분싸를 유발하는 공간 만들기


여러 기업 대표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오찬 모임이나 티테이블을 준비할 때가 있다.

호텔 미팅룸에서 진행을 하지만 세팅을 하고 운영을 하는 건 우리 같은 전문가의 몫이다.

이런 모임에서 퍼스널 스페이스를 저 기준(최소의 크기)으로 잡았다간

다시는 일이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는 15인용 테이블에 6~7명 정도의 기준으로 세팅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4~5명 정도만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기준 퍼스널 스페이스의 2배 이상되는 공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이렇게 퍼스널 스페이스를 넓게 배분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간의 쾌적함이나 이용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에 있지 않다.

모임에서 진행되는 회의 내용이나 대표님들의 관계에 따라

퍼스널 스페이스만으로 만들어야 할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킹이나 가벼운 안건의 회의라면

15인용 테이블에 6~7명 정도의 배치도 충분하다.

하지만 경쟁 구도에 있는 회사에서 민감한 사안을 두고 하는 미팅이라면

엄청난 크기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확보해야 한다.

속내가 비치는 미세한 표정이나 호흡의 변화가 상대에게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퍼스널 스페이스만으로 일종의 보호막을 세팅하는 것이다.

미팅룸에 들어서자마자 갑분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을 퍼스널 스페이스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 매너이다.



없던 친분도 생기게 하는 공간 만들기


테이블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교와 친목의 장의 핵심이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빈을 대접할 때도,

태양왕 루이 14세의 프랑스 왕궁에서도 그러했듯이

근사하게 차려진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 나누며 나누는 대화는

혈연, 학연, 지연보다도 더 끈끈한 식연(食緣)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런 테이블에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어주는,

그래서 없던 친분도 만들어주는 테이블 세팅법이 있다.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퍼스널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갑분싸를 유발하기 위해 넓은 공간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필요했다면,

친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퍼스널 스페이스를 의도적으로 좁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 기본적인 활동이 불편할 정도로 좁히면 안 된다.

지나치게 좁히면 서로 민망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덜 좁히면 효과가 없다.

딱 최소한의 거리만 확보해주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것만으로도 친밀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친하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진짜 복잡한 것 같은 우리 머릿속, 세상 똑똑한 척 혼자 다하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배의 효과


퍼스널 스페이스의 협소함으로 인해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도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파티를 하는 경우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다.


외국에서는 파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너무나 어색해한다.

술이 있거나, 공이 있거나, 하다못해 의지할 벽이라도 있어야 한다.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 테이블에서 퍼스널 스페이스가 협소하다면

자리에 앉아있다가 잠시 자리를 이동할 때 의자를 넣고 빼는 공간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옆사람에게 '잠시만요'라고 양해를 구하거나

말이 아니라면 눈인사목례라도 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려서부터 동방예의지국의 예를 배운자로써

세상 소심한 사람도 이 정도의 표현은 대부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부득이한 상황에서 나누게 되는 짧은 말 한마디와 눈 마주침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만들어낸다.

자리를 비웠던 사람이 돌아온 다음엔 더 이상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과 같지 않다.

여전히 서로 말 한마디 이어가지 않더라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두 사람 모두가 안다.

이때!!  파티의 호스트가 와서 "샤인!! 언제 왔어?? 어머!! 준 옆자리네"

"둘이 인사해.  내 친구 샤인이야, 예전 회사 동료 준이야"

이렇게 가볍게 소개만 해줘도 이 둘은 엄청난 속도로 친밀감을 형성하며

학연, 지연을 뛰어넘는 식연(食緣)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좁혀진 퍼스널 스페이스 때문에 생겨난 상황이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탄생한 커플도 여럿이다.

그러니 옆자리를 아무에게나 내어주면 안 된다.



자발적 거리 좁히기가 필요한 사람


우리는 오래전부터 여러 이유로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거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반강제적 거리 좁히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테이블에서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만으로도

상대로 하여금 친밀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부득이한 상황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눈 마주침을 유발하여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대상이 누구인가?

엄마? 아빠? 아님 딸? 아들? 이것도 아니면 짝사랑 그녀?


테이블에서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스스로 세팅해보자.

선을 긋지 않아도 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간의 자발적 거리 좁히기.

불편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을 만큼만..

중세 유럽에서부터 사용했던 검증된 방법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효과는 2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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