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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 Oct 20. 2021

중국집 테이블은 왜 저렇게 생겼을까

회전하는 테이블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

고급 중식당 vs 정통 중식당


한국에 있는 고급 중식당의 특징

1. 단무지와 함께 짜사이가 나온다.

2. 원형 테이블 위에 회전하는 선반이 하나 더 있다.

3. 배달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부분적으로는 공감하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들로 중식당이 고급이어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다양한 나라, 여러 도시에 가더라도

정통 중식당이라면 대부분 원형 테이블에 회전하는 선반이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본 테이블은 정말 어마어마한 사이즈였다.

지름이 3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원형 테이블에

회전 선반은 2m 정도 되어 보였다.

중국인들의 정통 테이블에 대한 자부심이 규모만으로도 느껴졌다.




회전하는 선반의 이름 '게으른 순이'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이 정통 중식 테이블은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구하고 화려한 식문화를 가진 중국을 대표하는 테이블인데 

그 역사가 7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너무나 의외이지 않은가?

심지어 그 근원은 영국이고, 중식 테이블로 대중화된 곳은 미국이다.

하나 더!! 원형 테이블 위에 놓인 그 선반의 이름이 'Lasy-Susan'이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750년 전후, 영국에서 테이블 위에 회전하는 선반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1900년 초 미국으로 이 테이블이 전해졌으며

그곳에서 'Lasy-Susan'이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다.

수잔. Susan이라는 사람 이름 앞에 게으른 이라는 뜻의 Lasy가 붙어 게으른 수잔.

우리나라 스타일로 바꾸어 표현하면 '게으른 순이'이다.


레이지 수잔. Lasy-Susan은 식사할 때 직원의 도움을 최소화하면서도

식사하는 사람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고속으로 진행되면서 

식사할 때 시종을 들어주던 하인이 점점 사라졌고,

식당에서는 노동력을 위해 임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전식 선반은 아주 훌륭한 아이템이 되었다.


195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전체에 레이지 수잔이 아주 크게 유행을 하게 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Johnny Kan이라는 한 중국계 미국인

차이나타운의 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식당에서도 원형 테이블 위에 레이지 수잔을 올려서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중식당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와 더불어 테이블도 함께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는데

그 여파가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 중식 테이블이 되었다.

기-승-전 차근차근 진행되다 급하게 마무리되는 결말 같은 History이다.



회전하는 테이블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


2018년에 한 달가량 중국으로 출장을 갔는데

출장기간 동안 현지 파트너에게 정말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몸소 체험하면서

중국의 테이블 매너를 아주 리얼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 부심이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 식사는 호스트가 회전 테이블을 돌리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여기는 게스트가 아니라 호스트가 시작을 한다.

호스트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음식을 앞접시에 덜고, 회전 테이블을 돌리면 

다른 게스트들도 앞에 있는 음식을 덜어서 먹기 시작한다.

호스트가 음식을 덜어온 다음에

게스트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하고 테이블을 우아하게 돌리는 그때,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모든 게스트들의 시선이 모인다.

'제가 오늘 밥 사는 사람입니다'라는 눈빛으로 스타트를 끊어주는 순간 

호스트에게서 빛이 제대로 난다. 좀 있어 보였다. 


두 번째, 회전 테이블을 돌리기 전에 사람들을 주의 깊게 확인한다.

식사가 시작되면 순간순간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야 한다.

이것이 다른 나라들과 가장 구별되는 중국만의 식사 문화이다.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직경이 3m 정도 되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해보니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까지 살피는 일이 쉽지 않았다.

크기가 이렇게까지 크지 않더라도  

같은 테이블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회전 선반을 함께 이용하는 건 동일하다.

그래서 회전 선반을 돌리기 전에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살펴야 한다.

내가 음식을 집기 위해 회전 테이블을 돌렸는데

맞은편에서 누군가 음식을 집고 있는 중이었다면

테이블 위의 대참사와 함께 민폐녀로 등극할 수 있다.


세 번째, 회전 테이블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중국의 식사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풍성함이다.

손님을 대접할 때 음식의 양도 종류도 부족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회전 테이블 위에 수십 가지의 음식들이 놓여진다.

이런 식문화에 최적화된 레이지 수잔이지만

이것을 이용하는 룰이 있다.

회전은 한 방향,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내 앞을 스쳐 지나간 음식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내 앞에 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찜해둔 음식이 한참을 돌아 내 앞에 왔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또 살짝 지나갔다면,

손을 힘껏 뻗어도 팔이 닿지 않는 애매한 거리에서 멈췄다면..

회전하던 반대 방향으로 아주 살짝만 돌리고 싶겠지만

절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안 된다. 이건 좀 매너가 아니다!!

즉, 중식 회전 테이블에서 후진은 없다!!




중식 회전 테이블


중국 현지 파트너와 함께 먹은 현지식 테이블 사진이다.

회전 테이블에 놓이는 음식 전체가 세 차례 정도 교체되었는데

전체 사진은 없고, 식사 마치고 나가다가 간신히 하나 건진 테이블 사진이다.


약 20명 정도가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음식의 양이나 종류를 보자면 80명 이상은 족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회전 테이블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식사 구성이다.


사실 당시에 풍성한 대접에 감사한 마음도 있었지만

남긴 음식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진엔 없지만 요리가 2/3 이상 남았는데도

다음 음식들을 위해 치워 진 접시들도 수십 가지나 되었다.

하지만 문화는 존중되어야 하고, 마음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몇 달이 지나 중국인 파트너들이 서울로 왔다.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하다 한정식, 생갈비 같은 메뉴들을 대접했었는데 

남김이 거의 없는 음식양에 아마 그들도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러했듯이 그들도 우리의 문화를 존중해주었을 거라 믿는다.

마음은, 진심은 전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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