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 문정희,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부분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슬픈 남자의 일생을 보여준다. 어느 날, 나무꾼은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사슴의 도움으로 선녀를 아내로 삼게 된다.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선녀는 두 아들을 양팔에 안고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아내를 그리워하던 나무꾼은 하늘에서 내려온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나무꾼은 지상에 계시는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었다. 선녀의 도움으로 용마를 타고 지상에 내려오게 된다.
선녀는 나무꾼에게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용마에서 내리면 안 됩니다.” 하지만, 용마를 타고 온 아들에게 어머니가 팥죽을 먹이다 팥죽을 용마의 등에 떨어뜨린다.
놀란 용마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나무꾼은 하늘에 있는 선녀를 그리워하다 죽게 되고 수탉으로 태어났다. 수탉은 매일 새벽마다 하늘을 보며 안타깝게 운다.
나무꾼은 이 세상의 보통 남자일 것이다. 남자들은 한 여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지만, 어머니가 계시는 본가(本家)를 잊지 못한다. 어머니 품을 떠나지 못한 남자는 불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시사회에서는 남자들은 가혹한 성인식(成人式)을 했다. 마음속의 아이는 죽고, 어른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자들은 자식을 낳기에, 성인식을 약하게 했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으며 여성에서 어머니로 거듭날 수 있기에.
‘남자는 애 아니면 개’라는 말이 있다. 남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남자들은 ‘기둥’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사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