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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Oct 23. 2024

여성의 몸 2   

 여성의 몸 2     


 이제야 돌아와

 원피스

 슬립

 거들

 브래지어

 팬티를 벗고

 인형극의 인형처럼 조종하던 얼굴을 지우고     


 - 양선희, <억압에 관한 명상> 부분       



 옷 대신 몸에 상자를 걸친 채 행인들에게 손을 넣어 자기 가슴을 만지게 한 20대 여성이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그녀는 말했다.

 “남자가 웃통을 벗는 건 문제 없고, 여자가 웃통을 벗으면 범죄로 치부하는 현실을 비틀고 싶었다.”     


 이 퍼포먼스는 행위 예술일까? 공연음란일까? 앞으로 그녀가 제기한 ‘여성의 웃통을 벗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있으면 좋겠다.      


 ‘여성의 몸’은 누구의 몸일까? 남자들의 몸이다. ‘슬립/ 거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여자를 남자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인형극의 인형처럼’ 화장하지 않은 여자를 남자들이 그냥 둘까? 인형처럼 방실방실 웃지 않는 여자를 그냥 둘까?     


 시인은 집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몸을 회복한다. 현대사회는 마음보다 몸을 중시한다.     


 크게 보면, 인간 해방일 것이다. 몸이 정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온전히 몸이 되는 환희! 자신의 몸을 그대로 긍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몸을 이 세상이 그냥 둘까?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든다. 특히 여성의 몸을 온갖 방법으로 상품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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