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오랜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
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
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뜨려 놓았구나
- 김기택,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부분
오래전 술자리에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첫사랑은 가슴에만 품고 있어야 해!”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중년인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의 환상은 다 깨져 버렸다.
투박한 목소리…. 가느다란 전화선으로 전해져오는 그녀의 목소리, 나는 낯선 어느 중년의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까만 치마를 나풀거리며 내게 날아오던 요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오랜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 그녀를 너무나 흔한 중년의 여성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재구성해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二體)’가 되어야 한다. ‘홀로와 함께’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각자 ‘개성(個性)’이 있기에 모두 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꾸려가야 한다.
또한, 인간에게는 ‘본성(本性)’이 있기에, 부부는 깊은 마음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개성과 본성이 사라진 인간 사회에서는 다들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