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를 위하여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부분
옛날 옛적 불라국의 오구 대왕과 길대 부인 사이에는 여섯 딸이 있었다. 그런데 일곱 번째에도 딸이 태어나자 왕은 딸을 버리게 된다.
버려진 아기, 바리공주는 옥함에 넣어져 강과 바다에 떠다니게 된다. 그러다 자식 없이 가난하게 사는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길러지게 된다.
바리공주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총명하게 자랐다. 그녀가 15세가 되던 해, 오구 대왕은 자식을 버린 죄로 불치병에 걸렸다.
어느 날, 오구 대왕은 한 고승에게서 “오직 저승의 생명수만이 대왕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신하들은 물론 곱게 기른 여섯 딸조차 별의별 핑계를 대며 저승에 가지 않으려 했다.
이를 알게 된 바리공주는 자신을 버렸더라도 부모는 영원한 부모라며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아버지의 불사약을 구해 온다.
아버지를 살려낸 바리공주는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불쌍한 영혼을 인도하는 신이 되었다.
이 설화는 가부장 사회에서 크게 상처받은 한 여인의 멋진 ‘자기실현(自己實現)’을 보여준다.
인간의 내면에는 자기(Self)가 있다. 자기는 우리 내면의 영혼이다. 영혼은 천지자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커다란 사랑과 지혜가 있다.
바리공주는 상한 영혼의 자기 구원에 대한 모델이다. 우리는 자신의 영혼을 믿고, 한평생 영혼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