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소리>의 시작
0. 쓰리지 고개
앨범을 켜 손가락으로 여러 번 휘휘 그어 올렸다. 그러니까, 자그마치 2021년이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하기도 20여 일 전에 일이다. 해야지 하겠지 할 거지 쓰리지 고개를 넘고도 신청은 고사하고 ‘브런치 작가 신청 삼수 도전기’, ‘브런치 작가 신청 열 번 만에’ 따위의 블로그 글만 눈에 들어오는... 설마 그게 내 이야길리 없어!(스포. 아닐 리 없었다) 하면서도 살짝 쫄려서 섣부르게 신청은 못하고 머리는 굴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입만 놀리던 시기였다. 나는요 브런치 작가가 되면은요 요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 요리조리 야무지게 쓸 거랍니다? 하면서
0. 벌써 20년이야하
새롭게 시작해 볼 브런치북(주인공 등장)도 내 요리조리 플랜 중에 하나였다. 2021년 9월 초입에 제주에 새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20년 지기 친구 날과 서울 압구정 호텔에서 묵기로 한 날이었다. 당시 날이 가보고 싶다던 호텔을 말했고 난 언제나 날의 숙박 초이스를 신뢰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했다. 호텔은 역시 좋았다. 주변 유명한 가게에 들러 산 디저트와 배달앱으로 주문한 저녁거리를 작은 상에 푸짐하게 올렸고 그간 못 나눈 이야기들은 더 푸짐히 나눴다
신기하게 날과는 어렸을 때 만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할 말이 늘 많았다. 지난 만남에 채 못한 이야기, 했던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가 언제나 넘쳤다. 이 날은 내 브런치 작가 신청 이야기, 신청도 안 했지만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한 이야기, 그 소설의 소재와 전개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들을 날에게 이야기했다. 날은 나보다 더 흥분해서 이건 이렇고 그건 그렇다며 말을 나눠주었다. 그런 날에게 너무 고맙고 신나는 밤이었다
0. 별의별 소리의 시작
그게 무엇이든 다른 영역이나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 궁금했다. 그 이야기를 인터뷰나 주고받는 편지의 형태든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소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날에게 말했다. 우리 둘 다 자란 곳은 한 곳인데 지금 너는 제주에 있고 나는 서울에 있으니 재밌지 않아? 각자 타지에 살면서 우리가 보는 거, 먹는 거, 사는 걸 편지처럼 나눠보면 어때? 우리 경험과 기호에 대한 이야기를 큐레이션 하는 거야! (대흥분)재밌지 않을까?
서울과 제주, 제주와 서울의 형태가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점이 일단 재밌고, 날과 내가 각자 그 타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둘 다 블로그 시절부터 포스팅하길 좋아한 블로그키즈(진짜 키즈는 아닙니다...)라는 점, 각자 자칭 프로 소비꾼, 프로 수집러를 표방하며 좋고 싫음의 기호가 확실하다는 점, 근데 또 그 기호가 같지 않고 세상 다르다는 점 등이 앞으로 이어질 챕터의 무궁한 발전에 부응하게 되고, 도모하게 되고, 기대하게 되는... 요약하자면 둘 다 척박하지만 달콤하기도 한 서울살이와 제주살이의 단짠에 대해 할 말이 많겠다! 싶었던 것이었다
해서, 날과의 협업이긴 한데 철저하게 각자의 이야기가 될 서울과 제주에서 살아가는 날들에 대해 매 회 같은 주제지만 철저한 각자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실현해 보기로 했다. 문득, 말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흩어지기 마련인 날들에 대한 기록을 이제는 시작하고 싶었다. 2021년 요란한 다과상을 앞두고 침 튀기던 작고 귀여운 아이디어 회의 결과물을 2년을 훌쩍 넘긴 2023년 12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한 번 해나가기로 했다
이 브런치북 타이틀은 우리 이름을 따온 별의별 소리이고, 필명 또한 우리 이름의 음운과 비슷한 날과 들이다. 제주와 서울에서 각자 고군분투하기도 얼레벌레하기도 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에 큐레이션 한 꼬집을 곁들여 날은 제주 소식을, 들인 나는 서울 소식을 떠들 예정이다. 연재 주기는 열흘 연재로 매월 3일, 13일, 23일(30일은 쉽니다). 2023년 12월 30일 프롤로그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첫 챕터 <제주 서울 ㅈㄱㅎㄱ>는 2024년 1월 3일 새 시작 새 기분으로 산뜻하게 출발할 작정이다
불특정 다수의 알고리즘으로 만나 뵙게 될 여러분! 많관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