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_노력은 언제나 ‘조용히’ 제 힘을 증명한다.

by 민쌤

아이들은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_노력은 언제나 ‘조용히’ 제 힘을 증명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여덟 명이 동시에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 그 순간, 숨 돌릴 틈도 없이 어수선한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아이들이 갑자기 말한다.


“선생님, 우리 수학 테스트 해요!”

그리고는 끼리끼리 모여 누가 더 잘하는지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 장면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 많던 소음이 40분 동안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몰입해서 시험지를 풀어내는 아이들의 모습.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성장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여럿이 동시에 오면 누군가는 떠들고, 누군가는 딴짓하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냈다. 공부 분위기가 잘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집중한다. 자기 안에서 ‘하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자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채점 결과가 돌아오고, 평소 실력이 좋던 두 아이가 각각 만점과 1개 틀린 점수를 받자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와… 부럽다….”

아이들은 그 둘이 ‘원래 잘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냥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야기했다.


“얘들아, 저 친구들은 그냥 잘하는 게 아니란다. 집에 가서 매일 복습하고, 모르면 다시 보고, 알 때까지 반복해서 오늘의 점수를 만든 거야. 너희는 집에서 안 하잖아. 그게 성적의 차이고, 노력의 차이란다.”


나는 이 말을 아이들에게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아이들,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성과를 보고 “타고나서 그렇다”라고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진실은 늘 다른 곳에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운이 와서 모든 것이 갑자기 풀리는 경우는 극소수다. 평범한 우리는 누군가보다 조금 더 하고, 조금 더 견디고, 조금 더 반복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하기 싫은 날에도 책을 펴는 힘, 모르는 문제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 그 작은 행동들이 쌓여 미래를 만든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안 한다.


아이들 탓만은 아니다. 요즘은 시험을 보지 않는 학교가 많고,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 곳도 많아졌다. 성취의 기준이 사라지니 실력이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집에서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부모님들은 바쁘고, 아이들은 방법을 모르고, 환경은 노력하기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게 만든다. 그래서 문해력은 점점 약해지고, 집중력은 짧아지고, ‘공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수업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아직 희망을 본다.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는 작은 의지, 함께 경쟁하며 성장하려는 마음, 그리고 잘하고 싶은 욕심.


교육자는 그 조그만 불씨를 지키는 사람이다. 아이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불씨를 보호하고, 때로는 바람을 넣어주고, 때로는 손으로 가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 해내는 경험’을 통해 자란다. 가르치는 말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의 성취 경험’이 훨씬 강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할 수 있다는 경험을 맛보면 그다음은 스스로 길을 찾아낼 것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6화늦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