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보다 먼저 자란 마음
점수보다 먼저 자란 마음
우리 학원에 온 지 두 달이 된 한 친구가 있다. 그날도 그 친구는 늘 그렇듯 해맑은 얼굴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 전화 한 통 하고 와도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통화를 마친 친구가 뛰어오듯 내게 왔다. 그리고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수학 시험 봤는데 85점 받았어요. 칭찬해 주세요!” 나는 바로 칭찬하지 않았다. 대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전에는 보통 몇 점 정도 받았어?”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2~30점이요.”
잠시 교실에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그 순간, 나는 이 점수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그제야 말했다.
“어머, 너 너무 멋지다야. 잘했어.” 그 친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솔직히 말하면, 85점은 모두가 놀랄 만한 점수는 아니다.
다른 친구들 눈에는
“칭찬받을 정도는 아닌 점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85점은 기적 같은 숫자였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 역시 잠시 행복해졌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나는 그 친구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기보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힘든 점을 듣고, 마음을 공감해 주었다. “괜찮다”,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건넸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풀고, 틀리면 다시 고치고, 어려운 문제는 서로 나누었다.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나에게 와서 설명을 들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것이었다. 그 친구가 공부를 하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전에는 공부를 안 해도 상관없던 아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의 결과는
85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경험은 아이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람은 성공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변했기 때문에 성공한다.”
_존 맥스웰
이제 그 친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자존감이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한 번 생긴 변화의 씨앗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 그 친구의 점수.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의 인생이 방향을 바꾼 아주 중요한 숫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