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by 민쌤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학원을 운영하면서 나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 수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학원은 아이들이 다니는 공간이지만, 결정권은 대부분 부모에게 있다. 특히 우리 학원처럼 초등학생이 주를 이루는 곳에서는 이 질문이 더 자주, 더 깊게 떠오른다.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학원은 ‘공부를 잘 시키는 곳’이기 이전에 공부를 처음 경험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다른 학원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고민 끝에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오늘은 그 매뉴얼 속 한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 아이는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사실 나의 공부 사업은 아들의 상처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이 겪었던 좌절과 혼란, 그 시간을 지켜보며 시작한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또 아이들을 가르치며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겪었던 고민과 불안, 그 생각의 결은 많은 아이들과 놀랍도록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이 일은 단순한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을 둘러보면 능력 있고 경력도 탄탄한 학원들이 정말 많다. 그 수많은 학원들 속에서 학부모가 한 곳을 선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나이와 학년에 맞는 분위기인지, 정서적으로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인지를 먼저 살펴봐 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간혹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을 중·고등학생이 다니는 분위기의 학원으로 보내는 경우를 본다. 물론 초등부가 따로 운영되는 곳도 있겠지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쓰는 이야기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바른 자세로 꼼꼼하게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고, 매일 숙제를 해왔으면 좋겠고,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너무나 이해되는 말이다. 아이를 더 잘되게 하고 싶은 마음,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이, 연습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과연 아이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갑자기 잘해지는 일이 아니다. 바른 자세도, 꼼꼼함도, 꾸준함도 연습과 시간이 필요한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아이가 아직 갖추지 못한 모습을 이미 갖추고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그 기대를 조금만 뒤로 미루자고 말해주고 싶다.


그보다는 먼저 이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경험 속에서 공부를 시작했는지, 어떤 방식일 때 덜 힘들고, 조금 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공부는 아이를 몰아붙일수록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아이의 속도를 존중받은 공부는 비록 느려 보여도 결국 자기 힘으로 걷게 만든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지키고 싶은 수업은 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는 수업이다.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이 질문의 답이 분명해질 때, 학원의 방향도, 아이의 공부도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고 믿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압박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다.”

_존 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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