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대화의 힘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랍니다. 부모의 말보다 더 강력한 교육은, 부모의 ‘삶의 태도’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곧 아이의 마음을 자라는 시간입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저는 가능한 한 같이 책을 읽거나, 하루 동안 있었던 공부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야 나중에 잘돼”라는 말보다,
“오늘 배운 것 중에 제일 어려웠던 게 뭐야?”
“그건 왜 그런 걸까? 같이 찾아볼까?”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어느새 ‘배움’이라는 행위가 강요가 아닌 ‘탐구’ 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공부는 억지로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공부해!’라는 명령보다 더 큰 힘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사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 10분 동안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공부에 대한 고민, 친구 이야기 등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은 자랍니다.
집마다 공부 분위기는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집은 저녁마다 TV가 켜져 있고, 어떤 집은 식탁 위에 휴대폰이 놓여 있습니다. 어른들은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거나, 업무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아이에게는 “공부 좀 해!”라는 말이 건네집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지금 이 공간이,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일까?’
공부는 의지가 아니라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입니다. 조용한 시간, 따뜻한 눈빛, 그리고 짧은 대화.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의 마음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 그 과정이 바로 진짜 공부의 출발점이 됩니다.
저는 아들과 참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지냈습니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하찮게 느껴질 수 있는 게임 이야기나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서도, 아들에게는 그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게 왜 재미있어?”, “이건 무슨 내용이야?” 하고 물으며, 아이의 세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잘 몰라도 들어주었고, 모르면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배우는 시간이 쌓이자, 아들은 점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제게 묻지 않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모르는 개념은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의 자기 주도성은 ‘혼자 두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함께해 준 시간’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여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들도 이제는 압니다. 성적은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노력의 출발점에는 ‘관심받고 이해받은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요.
하루 10분.
짧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하루 10분이면 일주일에 70분, 1년이면 무 3,650분 즉, 60시간이 넘는 ‘대화의 시간’이 됩니다. 이 시간을 흘려보내면, 아이의 마음속 문이 조금씩 닫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주 짧은 대화,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관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라도 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공부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웠던 일, 혹은 속상했던 일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그 대화 속에서 아이는 ‘이해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그 확신이 곧 ‘공부할 힘’이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달라집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부모인 우리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뭐야? 괜찮아, 모르면 같이 찾아보자.”
그 말 한마디가 아이를 공부로, 성장으로, 세상으로 이끌어줍니다.
결국 공부는 문제집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부모와 아이의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그 짧은 10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단단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