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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

#5 파리지앵 폴리는 인기쟁이 

by 빵집 일기 May 20. 2023


폴리는 파리를 아주 좋아했다. 그건 예전보다 산책할 시간이 많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시츄를 

처음 보는 프랑스 사람들이 폴리를 볼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예뻐했기 때문이다. 동물 병원에서도 

폴리의 인기는 이어졌다. 의사선생님도 흔치않은 시츄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매일 한 번은 폴리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려고 노력했다. 내 생활패턴도 바꾸고 

싶었지만 이제 10살이 된 폴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다행히 폴리는 여전히 청년 개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우리는 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돌아오는 길엔 카페에 들러 와인도 한 잔 마시곤 했다.

파리에서 제일 비싼 건 소주, 그다음은 맥주, 가장 싼 건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폴리는 항상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런 폴리에게 Sang은 불어를 가르치겠다고 열성을 부렸다. 외국 사는 개는 그 나라 언어를 써야 

한다며 Mange! 망주!(잡숴봐)를 시작으로 Arrete!아레뜨!(멈춰봐)까지 엄격한 레슨은 계속됐지만

폴리는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 나며 그냥 와인이나 망쥬하슈! 그런 표정이었다. 술 마시고 잔소리 되풀이하는 아빠처럼 와인과 불어 수업은 늘 하루를 마치는 알찬 일과였다.


어학교에 다닐 때도 요리학교에 다닐 때도 친구들은 나보단 폴리를 더 궁금해했다.

처음엔 나이 많은 한국 유학생을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폴리와 산다는 걸 알기라도 하면

관심은 일순간에 뒤집어진다. 폴리는 몇 살이냐, 뭘 잘 먹느냐, 집에 가서 볼 수 있냐.. 등등 질문은 폴리를

향해 집중된다. 주로 학교에서 알게 된 여자친구들이 많았는데 <폴리, 다 네 덕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냥 폴리의 여자친구들인 셈이다. 그렇게 폴리는 파리지앵들과 유학생 친구들에게까지 인기를

독차지하며 즐거운 파리 생활을 즐기는 듯했다. 파리지앵 폴리!


바캉스철이 되자 우리는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방스 근처 캠핑장에서 머물며 니스와 꼬따쥐 작은 마을들을 차례로 구경 다녔다. 고흐가 살았던

아를의 집과 해바라기를 그렸던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도 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해바라기들이 불타는 듯

피어있는 풍경은 참 인상 깊었다. 라벤더 축제가 한창인 쏠트 Sault 마을에선 폴리와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했다. 한 여름 무더위에도 프로방스 곳곳을 잘 따라다녀준 폴리가 고맙고 대견했다.

프랑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샹보르 성에 갔었던 가을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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