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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Hyunchul Sep 30. 2021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독일
6편

한국인은 화성인, 독일인은 금성인

6편.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독일

     

독일어의 존댓말과 한국의 존댓말의 차이점

독일 주류사회진입이 너무 어렵다

독일에서 운전한국과 같은 것 같은데 다르네 

칼 퇴근은 하급직원돈 많이 받는 사람이 더 일한다

왜 독일에서 공부하면 한국에서 적응이 어려울까

독일어를 배우면 실업자가 된다?

독일에 한류는 존재하는가?

     

독일어의 존댓말과 한국의 존댓말의 차이점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처음 배울 때 느끼는 애로사항 중에 하나가 영어로는 상대방을 존칭 하는 주어가 없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처음 접하면서 존칭이 없는 영어에 대하여 상당히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영어에도 어법과 상대에 따라 존칭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당시에는 확실히 이상한 언어라는 생각이 강했다.     

독일어는 이에 비하여 존칭인 Siezen과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Duzen이 존재한다. 영어의 You에 해당하는 Du라는 주어가 있고, Sir에 해당하는 Sie라는 별도의 주어가 있다. 독일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은 이를 한국식 존칭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독일어의 존칭은 어감이나 상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한국의 유학생들이 독일의 학교나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 대부분 상대방에 대하여 어떤 주어를 써야 할지 몰라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90년대 이후 독일의 교수들 중 다수가 Duzen으로 학생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식 사고방식에 의거하여 교수들에게 Siezen을 하는 경우가 거의 100%이다. 하지만 독일의 존칭에는 한국어와는 다른 함정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Duzen 하는 경우에는 Du로 화답하고 존칭 개념의 Siezen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에는 Sie로 화답하여야 하는 단순 개념을 한국 유학생들이나 주재원들이 초기에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다. 한국의 경우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화하는 경우, 조부는 하대, 손자는 존칭을 한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할아버지와 손자는 Duzen을 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보수적인 귀족 가문의 경우에는 상호 Siezen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이보다는 상호 간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독일적 사고방식이기에 나이를 우선하는 우리나라의 사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몇 가지 룰이 있다. Siezen으로 초기 대화를 이끌어 가다가 상대방 독일인이 Duzen을 하자고 하는 경우에는 대개 상사나 나이가 많은 사람, 교수나 선생들이 먼저 요청을 하고 이를 나이 어린 사람, 제자, 부하직원들이 수락하여 진행한다는 점이다. 실제 독일어에는 존칭과 하대라는 개념보다는 격조 있는 대화를 위한 Siezen과 친근감을 나타내는 대화인 Duzen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주재원으로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처음 독일인과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Siezen으로 시작하길 권장하며 상대방이 Duzen을 원하는 경우에는 수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Duzen을 하면 인간적으로 친해지기가 쉽다. 


독일 주류사회 진입이 너무 어렵다     


15년을 독일에서 총 네 차례에 거쳐 체류하면서 다수의 한국교포 분들이나 주재원분들이 매우 안정적으로 중산층에 안착해서 잘 살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런데 반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이 한국교포 중에서 현지 초상류층에 진입한 성공한 기업가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수억 유로의 자산을 가진 교포 기업가, 현지 언론에서 유명인으로 우대받는 한국계 교포분들을 만난 적도 없다.     

수백만 유로의 자산을 보유한 교포사업가들은 꽤 많이 만났지만 독일 상류층의 톱클래스에 진입한 분들은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반대로 현지에서 실패해서 끼니 걱정을 하는 하층민으로 떨어져 있는 교포분들을 역시 만난 기억이 없다.     

대개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성공한 한국교포분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정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일벌레처럼 열심히 일하며 성공을 이룬다는 점이다. 독일은 60년대부터 2만여 명의 광부와 간호사분들이 정착을 했고 그 자손들이 타 유럽 국가에 비하여 안정적으로 정착을 한 나라이다. 하지만 왜 최고 상류층 교포분들이 보이지 않는 것 일까?     

독일인들은 본인들이 부정을 하지만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나라이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유통, 조선, 선주사, 기계, 제약산업 등 여러 군데에 수백 년부터 쌓아온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이방인 특히 동양인으로 이 리그에 참여하기는 정말 어렵다.

또한 회사의 분위기가 다르다. 엄청난 노력을 기반으로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는 사람을 능력은 있으나 회사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회사 구성원들이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다. 공정한 룰을 지키면서 인간적이면서 뛰어나야 인정받는 장벽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다. 독일 주류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독일에서 운전한국과 같은 것 같은데 다르네     


독일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운전대가 왼쪽에 위치한다. 관광객으로서 렌터카를 임차하여 운전 시, 독일에서 차량을 구매하여 운전 시에 한국 교통체계와 거의 90%가 일치하여 어려움 없이 한국인들이 운전을 한다.     

하지만 몇 가지 간과하는 사실에 대하여 기술하여 보고자 한다.     

독일에서는 사거리에서 빨간불일 경우 우회전이 불가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지 표시가 없으면 신호등이 빨간불에 우회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독일은 초록색 우회전 화살표시가 없으면 우회전이 불가능하고 이를 위반 시에는 벌점과 벌금이 부과된다.     

독일에서는 보행자, 자전거 그리고 차량 순으로 보호받는다. 독일의 교통체계는 약자 보호가 우선이다.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를 주의해야 하고 차량은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를 항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보행자가 자전거 전용차선에서 보행하는 경우, 독일 자전거 운전자가 욕을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반드시 자전거에게 양보하여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는 우측 차량, 우회전 차량이 우선이다. 한국 운전자들이 독일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신호등이나 양보 표시가 없는 동네 사거리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한국 운전자 분들을 본 적이 몇 차례 있다. 아무 표시가 없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거나 직진 시에 여러 대의 차가 주행 중이면 일단 멈추고 기다리라. 표시 없는 사거리에서 직진 차량은 항상 우측을 보라. 우측에서 오는 직진 차량이 우선권을 가진다.
 

노란 마름모의 표시는 내가 우선권, 흰색 바탕의 역 삼각형은 양보해야 하는 표시다. 내가 주행하고 있는 차선에서 노란 마름모 표시가 있으면 계속 주행하고 흰색 바탕에 빨간 역 삼각형 표시를 보면 일단 주위를 살펴야 한다.
 

무제한의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km로 달리더라도 절대 좌측 1차선에 진입하지 마라. 좌측 차선은 추월차선으로 차량이 드물 시에도 1차선은 진입하지 않는 것이 운전 매너이다. 독일에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시속 300km를 상회하는 슈퍼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1차선에서 한 순간에 추월하는 차량이 접근할 수 있으니 추월 시에는 후방 백밀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칼 퇴근은 하급직원돈 많이 받는 사람이 더 일한다     


‘독일 사람들은 야근이 없고, 주말근무가 없으며 근무 중에는 잡담이 없이 집중해서 근무하는 효율적 근무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한국인이 알고 있는 독일의 근무태도에 대한 관념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독일 파트너들과 회의 후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 매니저급들은 대부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직장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이 많고 시간이 없으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근무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한국인들의 일상과 동일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추가되는 것이 있다. 직원들이 프로젝트를 앞두고 칼퇴근하거나 병가나 휴가를 가서 더욱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독일의 매니저급들은 야근을 많이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주말근무도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람들도 많은 야근을 하고 주말근무를 한다면서 위로를 해주면 대부분의 독일 매니저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일반직원들보다 수배의 연봉을 받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한 가지 한국과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대개 2-3주간 이상의 휴가를 즐기는 것은 대다수의 독일 매니저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왜 독일에서 공부하면 한국에서 적응이 어렵다고 할까?  

   

19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독일에서 유학한 분들은 독일 대학 시스템으로 인하여 큰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이 많다. 소위 마기스터(석사과정), 독터(박사) 과정을 수료하기까지 언어와 독일 대학의 특성으로 십수 년 간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2년에만 해도 독일에서 가장 편한 직업 중 하나는 대학생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10년, 11년을 공부해도 석사를 따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도 12-3년을 독일에서 유학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귀국한 분들이 많이 있었다. 대학과정과 박사과정이 전액 무료인 반면 반대급부로 유학기간이 너무 긴 단점이 있었다.     

특히 한국 남자 유학생들의 경우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20대 후반에 독일에 오면 30대 후반이나 일부의 경우에는 4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귀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현실에서 40대 초반에 박사를 취득하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후배들이 독일 유학을 생각하고 문의하여 오면 말리던 것이 필자의 태도였었다.     

하지만 최근 독일 대학들도 국제화에 맞추어 학사, 석사, 박사과정으로 개혁제도를 실시하여 4년 만에 졸업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학위과정도 많이 단축되었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1년 6개월간의 취업준비 비자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현재 독일에 유학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필자는 긍정적으로 찬성하는 쪽으로 태도가 바뀐 상황이다.     

독일에서 공부하면 해외 현지에서의 취업기회가 매우 높은 것이 2020년의 현실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하여 현재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안정화가 되는대로 독일에서 공부하고 독일어로 소통이 완벽한 한국인들의 현지 취업은 매우 용이할 것으로 예측한다.    

 

독일어를 배우면 실업자가 된다?    

 

필자는 1990년 독일 재통일 해에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에 입학했다. 독일 통일의 환상이 잦아지던 1993년 18개월의 단기사병 소집해제 후 복학했을 시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독일어를 잘해도 취업되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최근에도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에 밀려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곳은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1980년대에만 해도 남자 고등학교의 70%가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쳤다는 것은 머나먼 전설과 같이 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독일에는 수백여 개의 한국기업들이 진출한 상태이지만 40대 이후의 주재원들 중에 영어는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력이 거의 없다. 독일에서의 모든 행정과 서류 그리고 도면은 독일어로 되어 있는데 이를 제대로 대처하는 인력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멘탈리티가 한국과 판이한 독일에서 독일식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가 깊고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력은 독일 현지 한국기업들과 한국과 거래가 많은 독일 자동차, 물류, 소비재 수출기업에서 상시 찾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까지 독일 경제가 8년 연속 호황을 이어 오면서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청년 중에 기술을 가지고 영어를 기반으로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구사한다면 현지 취업의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진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물론 2020년 단축근무가 확대되고 독일 대기업들의 감원 계획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는 모든 상황이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다.  


독일에 한류는 존재하는가?     


2021년까지 총 21년 6개월을 코트라에서 근무하면서 만 12년을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번째 독일 근무 때부터 한류를 활용한 무역진흥 서비스를 개발해 보고자 하였으나 아쉽게도 2010년대까지는 한류는 주류문화가 아니라 틈새 문화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독일은 기술한 바와 같이 인간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 나라다.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보수성은 오히려 필자가 있었던 80년대보다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독일은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 및 팝 문화를 제외하면 인색하다. 독일 일부 십 대 젊은이들이 한류에 매료되어 한류 상품이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2020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독일 내수시장에서의 선전, 한국이 방역 선진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여전히 인기 있는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가 대중화되는 등으로 독일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개선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비록 한류가 동남아, 중남미 지역과 같이 주류문화를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필자가 최초에 독일에 도착했을 때인 1985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한국전쟁, 통일교 등에 국한되었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개선되어 있다.  

(7편 알면 좋은 독일의 에티켓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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