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은 화성인, 한국인은 금성인
5편. 고령화와 저출산, 독일의 고민과 해법
중동인 난민, 왜 독일은 두려워하면서도 수용했나?
독일의 저출산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독일의 저출산 대책, 무상교육, 사교육이 없는 나라
노인들은 부자, 청년들은 가난하다
중동인 난민 왜 독일은 두려워하면서도 수용하나?
소위 ‘중동의 봄’은 중동지역 국가의 민주화 바람을 불러오게 한 것이 아니라 EU, 유럽의 분열을 초래하였다. 이라크, 이집트, 시리아의 내전으로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고 이들은 지중해를 건너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쪽배에 몸을 싣고 유럽으로 향한다. 수백만여 명의 중동 난민들이 이태리, 그리스 그리고 육로를 통하여 진입을 시도하였고 실제 4백만 명을 상회하는 난민이 이미 유럽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전 2015년 12월 독일의 Merkel수상은 난민사태를 맞이하여 중대한 발표를 한다. Wir schaffen das = 우리는 할 수 있다.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무제한 수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2016년 초까지 다수의 독일 국민들은 Merkel을 지지하고 난민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31일 쾰른시 새해맞이 전야제에서 수 백여 명의 중동 난민 청년들이 독일 여자들을 성추행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이어 2016년 IS의 Ansbach의 폭탄테러,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차 테러 그리고 2016년 12월 베를린의 신성한 장소인 Gedaechtniskirche(2차 세계대전 기억 교회)에서의 트럭 테러로 독일인 다수가 사망하자 난민 수용정책에 반대하고 이슬람은 포용할 수 없다는 우파들의 지지도가 상승했고 결과론적으로 국회에 우파 정당이 입성했다.
왜 독일의 Merkel총리는 난민을 무제한 수용하는 정책을 펼쳤을까? 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본다.
독일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저출산이 시작되었다. 실제 난민이나 타 국가로부터의 인구유입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독일은 이미 2014년부터 매년 20-30만여 명의 인구가 줄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독일 인구는 2014년 80백만에서 2017년 말 82.7백만, 2021년 현재는 83,2백만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의 경제위기로 남유럽의 공대생들을 비롯하여 백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십만 명이 독일로 이주하고 중동 난민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가장 큰 걱정은 산업인력이 줄어 노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세금을 낼 수 있는 젊은 산업인구의 감소이다. 독일 정부는 난민과 남유럽인 들을 독일 사회에 통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독일이 난민을 수용하면서 과거의 악행에서 벗어나 평화의 상징 국가로 거듭나려고 하는 독일 정부와 Merkel수상의 인도적인 입장 역시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속발전 가능한 독일의 미래를 위한 경제적 선택이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에 반영된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난민 속에 숨어 있는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분자,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의 속성, 자유롭지만 보수적인 독일에 융합이 어려운 중동인들 그리고 다수의 독일인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의식 등 복합적인 문제를 독일 연방정부는 너무 쉽게 보지 않았나 하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다. 하지만 과거 독일은 프로이센 왕국부터 프랑스 등지의 기독교인 수십만 명을 적극적으로 통합 수용하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위하여 수십만 명의 터키 노동자의 독일 이주를 활용한 경험이 있고 또 성공적으로 이들의 융화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의 독일은 부유하고 합리적인 외교노선과 정부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회복지를 실현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1850년부터 1934년까지 미국, 호주,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 등으로 빈곤과 정치적 탄압으로 난민과 같은 형태로 이민을 간 독일인이 함부르크 기록보관소에 기록된 인원만 500만 명이 넘는다. 함부르크시 남쪽에는 Ballinstadt라고 하는 이민박물관이 있는데 독일에서 해외로 이민을 떠난 이들을 기리고 난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어려웠던 독일에서 500만 명을 넘는 난민들이 해외에서 살만한 곳을 찾아 떠난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는 곳이다. 북독일을 여행할 시에 한 번쯤은 방문을 추천하고자 하는 곳이다. 전후 경제재건정책, 통일정책, 탈원전정책 등 수십 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수립하는 독일 연방정부의 이번 난민 수용 결정이 미래에도 성공적인 모습으로 다가올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기도 하다.
독일의 저출산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출산에 허덕이던 독일은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저출산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다. 실질적으로 다산 장려를 위한 아이를 낳으면 1명의 아이에게 최대 만 24세까지 소득에 관계없이 월 약 200유로 내외(한화 약 27만 원 상당)를 지급한다. 필자 역시 지금보다는 낮았지만 1985년 독일에 부친께서 유학 중이실 때에 나와 동생이 지원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월 205유로, 셋째부터는 210유로, 넷째부터는 230유로 정도를 받는다. 매년마다 수당은 물가상승률 등과 연동되어 차등이 있어 글을 쓰는 시점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세 명의 아이를 가진 가정은 월 600유로 이상의 보조금을 매월 정부로부터 받는다. 유로 당 1350원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 매월 8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 보조금(Elterngeld)이란 것도 있다. 아이를 낳은 가정은 엄마나 아빠가 최대 14개월간 세후 월급의 65%를 출산휴가 중에 수령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일반가정에서 아빠는 두 달의 출산휴가, 엄마는 1년간의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또한 육아 세금공제가 추가로 존재한다. 이 세금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공제 세금이 높아지는 세제혜택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40,000유로(한화 약 5200만 원)를 받는 한 아이 가정은 세금에서 1,800유로 정도가 공제되는 반면, 12만 유로를 받는 고소득 가정은 3,000유로 정도가 공제되는 것이다. 세 아이 가정은 그 차이가 더욱 크다 40,000유로 소득 가정은 4,600유로 정도를 공제받는 것에 비하여 12만 유로의 고소득 가정은 9,000유로까지 공제를 받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왜 고소득자 가정에도 양육비를 지원하는데, 거기에다가 추가 소득공제를 하는 것인지.
필자는 이를 합리적인 다산 장려 수단으로 본다.
상기와 같은 방식으로 독일 정부는 가난한 가정에는 납부세금보다 더 많은 아이 보조금과 세금 공제를 제공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한편, 고소득 가정도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공제금액이 높아짐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가정 당 2-3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구호로서 다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논리로 다산이 유리한지 무자식이 유리한지를 젊은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제도이다. 독일다운 합리적 시스템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독일의 저출산 대책, 무상교육 사교육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사교육 및 공교육비가 비싸 출산을 또 기피한다. 필자의 친구들 중 아이 셋 이상을 가진 친구들은 아이들의 교육으로 인하여 고민이 깊어지고 주위 친구들은 ‘돈 많이 벌었는가 보네’라는 농담으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은 어떤가 살펴보자.
독일에는 우선 학비가 없다. 그것도 대학 박사과정까지 일체가 무료이다. 한 동안 몇몇 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학비를 받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차별금지 등의 법에 저촉되어 현재는 학비를 받는 일반대학은 없다. 또한 독일엔 학원이나 과외가 없다. 독일에서 과외란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극히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받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소위 Privatunterricht(과외)를 받는 경우는 독일어가 부족한 외국인 자녀들이 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를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부모들은 아이를 낳고 국가는 아이를 국민으로 기른다’는 말이 있다. 과연 독일이 부자라서 그럴까? 1883년에 독일은 비스마르크 수상의 주도하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을 실시한다. 1차 세계대전 패망 후 경제적, 정치적 최대 혼란 시기인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독일은 학비 면제를 국가정책으로 확정한다.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종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가의 지속가능 발전과 현재의 국민들의 미래의 사회보장을 위해서는 지금 투자해야 된다는 독일 국민들의 합의의 결과라고 본다.
젊을 땐 어려운 삶을 늙어선 안정적인 삶을, 노인들은 부자, 청년들은 가난하다
독일에 가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명소와 유명 관광지에 왜 이리 노인들이 많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젊은 관광객들도 많이 있으나 한국과는 달리 유난히 노년층의 관광객들이 많다. 즉 한국과는 달리 전반적인 독일의 노년층은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출이 늘어날 요소가 한국과는 달리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녀의 출산, 교육, 대학 진학, 결혼까지 목돈이 대거 지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일은 어떤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인 독일은 의료보험이 100% 무료이다. 산후조리원은 없다. 하지만 헤바메라고 불리는 산후조리 도우미까지 국가가 보조한다. 일반적으로 독일인은 출산 관련해서도 추가 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교육 역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탁아소, 유치원부터 대학, 박사과정까지 전체가 무료이거나 소액을 받는다. 과외나 학원이 거의 전무하여 사교육비도 없다. 물론 극소수의 상위 1%는 사설학교나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교육비를 사비로 지출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결혼 시에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집을 장만해 주거나 혼수를 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Kindergeld 양육수당을 대학 졸업하는 때까지 적금을 들어, 이를 아이들 독립자금으로 주고 있는 중산층 가정들은 많이 있다. 자신의 소득을 저축하여 자녀 결혼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21년 기준 한 달에 1인당 아이 양육수당 약 219유로씩(약 28만 원 정도)를 25년간 적금을 부으면 원금만 약 6만 유로가 넘으니 이를 독립 생활비로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면 상속이나 증여를 미리 받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독일은 사망 전까지 상속을 미리 증여하는 경우도 많지가 않다. 연금제도를 보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다. 독일의 법적 퇴직연령은 만 67세이다. 연금수령 역시 만 67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만 60세에 퇴직하고 5년간 저축액으로 생존을 해야 하는 한국의 연금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금 체감 수령액은 높지 않다. 독일은 현재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연금생활자들의 평균 연금수령액이 2018년 기준 1,284유로에 달한다. 한화로 약 170만 원 정도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균인 점을 감안하고 생필품 물가가 한국보다 싼 현실을 보면 풍족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삶이 가능한 것이다. 사교육비로 지출이 없고 유산을 생전에 배분하지 않아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온전한 독일의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삶의 여유가 있다.
필자의 독일 친구들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부모가 70-80대가 되면 효자, 효녀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망 시에 부모들이 국가나 재단에 재산을 헌납하는 경우가 많아 상속을 받으려고 부모님을 더 잘 모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약간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해가 되는 말이다.
(6편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독일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