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회피형 남자와의 연애 6
코로나에 걸렸다.
것도 굉장히 심하게.
일주일 자가격리가 필수였던 시기였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린 일주일 동안 우리는 강제로 생이별이었다.
코로나에 걸린 지 3일 차까지 너무 아파서 연락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4일 차가 되어서야 제대로 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자기야!! 괜찮아? 너무 걱정되고 보고 싶었어...! 당장 보러 달려가고 싶은데 난 오늘 당직이야 ㅠㅠ”
라고 하며 근무복을 입은 채 눈물 흘리는 시늉을 하는 사진을 보내는 그는 상당히 귀여웠다.
“와도 어차피 못 봐... 내 격리는 3일은 더 있어야 풀려...”
아플 때만 이성적이고 단호해지는 나.
“아니 근데 우리 내내 같이 있었는데 왜 너만 걸려? 말도 안 돼. 나도 걸렸다고 칠래.”
라고 하며 선명하게 한 줄만 그여 있는 본인의 코로나 검사 키트에 사인펜으로 빨간 줄을 한 줄 더 그어서 보내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귀여웠다.
아... 귀여워...
누군가가 귀여워 보인다는 것은 이제 끝난 거라고 했다.
잘생겨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콩깍지는 언제든 벗겨질 수 있지만, 귀여워 보이는 건 이제 콩깍지 수준을 넘어 무슨 짓을 해도 귀여워 보여서 벗어날 수 없는 수습 불가능의 상태라고...
정말 큰일 났다.
*
코로나 격리가 끝나자마자 그는 나를 데리러 왔다.
아니 모시러 왔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지극정성으로 나를 에스코트했다.
“아프더니 살이 쏙 빠졌네, 속상하게! 안 그래도 예쁜데 더 예뻐지면 곤란해.”
“아프지 마... 네가 아프니까 나 너무 속상하고 눈물 났어.”
“너 아픈 거 너무 속상해서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어... 일하는 내내 자기 걱정하느라 일에 집중도 안 됐어! ”
“아픈 동안 먹고 싶은 거 없었어? 말만 해. 당장 먹으러 가자!”
(고맙지만 나 미각과 후각을 잃어서 맛이 안 느껴져...)
내 코로나 소식에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까지 속상해하시지는 않았을 거예요...
나와 눈을 맞추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을 가득 실어 말하는 그를 보니 이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의 넘치는 사랑에 내 마음도 잔뜩 두근거리고 설레는 걸 보면, 내 마음도 사랑이 맞나 보다.
*
한동안 우리는 사이가 매우 좋았다.
코로나로 못 만난 기간만큼, 이번 주는 퇴근 후 거의 매일 만났다.
이게 연애지~
하루하루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 다정했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퍼부어주었다.
*
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넘치던 우리 사이에는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데이트를 하던 날이었다.
주말에 선배 결혼식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각자의 결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너는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일찍 하고 싶어?”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음, 나는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한 사람이랑 오래 만나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 사람과 결혼했을 때 내가 평생 행복할 수 있을지 충분히 생각해 본 후에, 정말 이 사람이랑은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면 결혼할 거야. 그리고 결혼 전에 아직 하고 싶은 게 많기도 하고~“
이날 나는 평소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내 결혼 가치관에 대해 그에게 신나게 이야기했고, 그는 가만히 내 말을 들어줬다.
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
”이제 집에 갈까? 내일 출근해야지 우리. “
한참 데이트를 하던 중, 그는 오늘 너무 피곤했다며 집에 가고 싶어 했기에 우리는 각자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나에게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하다는 듯 다음 약속을 무기한으로 미뤘으며, 내가 하는 애정표현에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이때서야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아, 얘가 그동안 나와의 약속을 미룬 건 진짜 다른 약속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랑 만나고 싶지 않았던 거였구나.
궁금한 것과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나랑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냐고 물었고, 그는 감정 없는 말투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다시 나와의 대화를 회피했다.
매번 이유도 모른 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를 밀어내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이유라도 알면 고치려고 노력을 하든, 방법을 찾든 할 텐데 이유를 모르니 점점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한 이유를 나 스스로에게서 찾게 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이유를 알아야 우리 사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는 이유를 절대 말해주지 않으니,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는 게 당연했다.
내 이런 점이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저런 점이 거슬렸나? 내가 말을 잘못했나? 걔랑 있는 동안 내가 어떤 말들을 했더라? 아니면 나의 이 부분이 부족해서 싫어진 걸까? 아니면 저 부분? 혹시 내 이런 점이 보기 싫어졌을까? 나의 어떤 모습이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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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이유를 알아내려 노력할수록 나는 나 스스로에게서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수많은 단점들을 찾게 되었고, 결국 내가 내 단점들을 하나하나 깊게 생각하고 파고들며 자책하는 꼴이 되었다.
그는 역시나 이전처럼 애정표현이 줄었으며 나를 밀어냈다.
이제 그럴수록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안달이 났다.
이미 스스로의 단점들을 하나하나 꺼내어보고, 심지어는 있지도 않은 단점을 만들어내 가며 자책하느라 자존감이 뚝뚝 떨어져 가고 있던 나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긍정요정 따위가 살아있을 리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하나 보다.
이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이없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