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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8. 2024

<공포 소설> '머릿결 좋아지는 샴푸'

광고에 속지마세요



<머릿결이 좋아지는 샴푸>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다.


 대학교에 입학한 미희는 항상 머릿결이 걱정이었다.

 명품 샴푸부터 고급 미용실 클리닉까지 시도란 시도는 다 해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원형 탈모까지 진행되어 보기 흉할 지경이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미희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보고 수군대는 것 같았다. 그런 시선이 싫어 모자를 눌러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했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 그나마 관리되었던 머릿결도 상해버린 것이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대학 생활 1년 만에 휴학하고 말았다.

 미희는 한동안 밖에 나가기 싫어 집에만 틀어박혔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샴푸 하나를 발견했다.


 [머릿결이 좋아지는 샴푸]


 흔한 이름이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수많은 리뷰들이 눈에 띄었다. 못해도 수백 개는 되어 보였다.


 [강추합니다. 꼭 써보세요.]

 [두 번밖에 안 썼는데 머릿결이 달라졌습니다.]

 [탈모가 싹 나았습니다. 신기합니다.]


 하나같이 좋은 평들뿐이었다.


 “흐음, 한 번 속아봐?”


 미희는 고민 끝에 샴푸를 주문했다.

 이튿날 택배를 뜯은 미희가 실망스러운 탄성을 질렀다. 샴푸가 너무 작아 다섯 번 정도 쓰면 사라질 양이었다. 그보다 함께 온 종이 뭉치가 훨씬 양이 많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종이 뭉치를 폈다. 제품 설명서였다.


 “무슨 설명서가 이렇게 길어?”


 대충 보니 제품에 관한 내용이 대다수였고 간단한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제품을 사용할 시 무슨 일이 있어도 얼굴을 위로 들지 마시오……. 안전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샴푸가 눈에 들어갈까 봐 그런 건가? 하긴, 독한 성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웃음이 났다. 주의사항을 참 재미나게 주나 싶었다.

 미희가 화장실로 향했다. 바로 머리를 감아볼 작정이었다. 샴푸를 쭉 짜내어 머리카락에 골고루 발랐다. 처음엔 일반 샴푸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5분 정도가 지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비린내와 함께 물컹물컹한 것이 손에 묻어나오는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러나 좋은 성분이겠거니 하며 머리를 헹궜다.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본 미희는 깜짝 놀랐다. 하룻밤 사이에 머릿결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너무 기뻐 눈물이 흘렀다. 샴푸의 효과가 이렇게 바로 드러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흘째부터 머리카락에서 좌르르 윤기가 흘렀다. 자신감을 회복한 미희가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또한 미희의 머릿결을 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온 미희가 샴푸를 파는 사이트에 리뷰를 남겼다.


 [너무 만족합니다. 마지막 한 번 쓸 양이 남았는데…… 적은 양이라 아쉽네요.]


 답글이 달렸다. 판매자였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마지막 사용 시에도 주의사항을 꼭 지켜주세요. 감사합니다.]


 판매자의 댓글에 새삼 주의사항이 떠올랐다. 문득 왜 얼굴을 들지 말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곧 판매자의 지나친 걱정이라 치부하고 넘겼다.

 샤워 준비를 마친 미희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샴푸를 열고 머리카락에 발랐다. 역시나 비릿한 냄새가 났다.

 똑- 물방울이 미희의 이마로 떨어졌다. 검붉었다. 녹슨 물인가? 무심코 위를 보았다.

 똑똑- 또 물방울이 떨어졌고, 미희의 눈을 가렸다. 따가웠다. 샴푸가 들어간 듯했다. 눈을 씻고 거울을 보았다. 눈두덩이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뭐, 뭐지? 눈이 왜……?”


 다시 위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미희의 몸이 굳으며 부들부들 떨렸다. 잠시 후, 몸이 붕- 뜨더니, 세면대에 머리를 크게 부딪치며 쓰러졌다. 화장실 타일 바닥은 미희의 깨진 머리에서 나오는 피로 뒤덮였다. 다시 일어나긴 힘들어 보였다.

 뚝- 뚝- 

 천장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스윽-

 가느다란 팔이 내려와 흔들거렸다. 이내 동그란 무언가와 함께 툭 떨어졌다. 여자의 머리였다. 그동안 천장엔, 머리와 팔만 있는 여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던 것이다.

 그녀가 피떡이 된 미희의 머리카락을 뜯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에 덕지덕지 붙이며 말했다.


 얼굴 들지 말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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