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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9. 2024

공포 소설 '막내'

막내의 세상



<막내>

- 막내의 세상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난 모 종합병원의 내과의다. 직업 특성상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 말하지만, 난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 말하고 싶다.

 한때는 죽음을 보고 느끼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의 전유물이라 믿었다. 물론 이 믿음은 어떤 사건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10년 전의 일이다. 어떤 노인이 의식을 잃은 채 실려 왔다. 급하게 응급조치를 취한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명은 급성 뇌출혈. 이는 곧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간신히 생명은 부지하고 있지만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었다. 조금 후에 아들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둘이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둘은 아버지를 슬쩍 보더니 바로 환자대기실로 나왔다. 나는 마침 다른 병실을 둘러보고 나오던 참이라 의도치 않게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아버지 저렇게 가면 유산은 어떻게 할 거야?”

 “반반 나누면 돼. 집은 팔아서 돈으로 나누고.”

 “유언 같은 거 없었지?”

 “급성 뇌출혈이라는데 유언이고 뭐고 없지.”

 “다행이야. 이상한 소리 해댔으면 골치 아팠을 텐데. 하도 정정해서 10년은 더 살 줄 알았다고. 형, 우린 운이 참 좋아.”

 “맞아. 저 노인네 보험금 나오면 빚부터 갚아야지.”

 “여행도 가자.”

 “좋지.”


 시시덕거리며 웃는 둘을 보고 기가 찼다. 곧 돌아가실 아버지 앞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과연 저들이 사람인가?

 그러나 둘의 기대와는 다르게 노인은 죽지 않았다. 가녀린 심박수를 유지한 채 일주일간 삶을 붙잡고 있었다. 두 아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큰아들이 나에게 와 진지하게 물었다.


 “저러다 식물인간 되는 거 아니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이 썅! 그거 계속 치료해줘야 하고 그런 거예요? 안락사 비슷한 건 없어요?”

 “보호자분 마음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하아- 지겨운 노인네. 죽을 때까지 귀찮게 하네.”


 제 아버지가 죽지 않는다고 욕을 해대는 아들이라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지만 간신히 참아내며 말했다.


 “혹시 다른 가족분들이 있습니까? 아버님이 기다릴 만한.”

 “자식들은 우리가 전부고. 어머니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건 왜요?”

 “드물지만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생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들을 기다린다거나, 뭐 그런.”


 큰아들은 헛소리라도 들은 것마냥 피식 웃더니 동생에게로 가 뭐라 뭐라 떠들어댔다. 내 말을 전달하는 모양이었다. 작은 아들도 피식 웃더니 내 쪽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된다는 비웃음이었다. 그러다 큰아들이 무언가 생각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예. 제가 그 댁 아들입니다. 혹시 막내가 집에 혼자 있나요?”


 막내? 숨겨둔 자식인가? 복잡한 가정사라도 있는 걸까?

 그날 저녁, 막 퇴근을 하려던 나에게 큰아들이 연락이 왔다.


 “저, 선생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부탁이요?”

 “중환자실에 강아지가 들어갈 수 없겠습니까?”

 “강아지요?”

 “정말 아버지가 누굴 기다리는 거라면, 이 강아지 같아서요.”


 큰아들에게 전해 들은 사정은 이러했다.

 3년 전, 혼자 사는 노인이 딱했는지 이웃 주민이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해 주었다. 어찌나 애지중지 키우는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노인의 성격도 변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강아지를 키운 이후로 웃음이 넘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앓고 있던 지병이 나을 정도로 행복해하였다. 그 강아지의 이름이 막내였다.

 나는 일단 로비로 나가 큰아들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가방을 메고 있었다. 지퍼를 여니 하얗고 조그만 강아지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대충 봐도 한참을 굶은 듯했다. 노인이 쓰러지고 난 후 그 누구도 강아지를 챙기지 않았던 것이리라. 나는 지퍼를 채워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함께 노인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문을 열자 가방 안에 있던 강아지가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자마자 펄쩍 튀어나온 강아지는 곧장 노인의 품으로 기어갔다.

 순간 노인의 심박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깟 개새끼 때문에 내가 무슨 고생이야.”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을 본 큰아들이 중얼거리며 나가버렸다.

 강아지가 노인의 품에서 머리를 비비고 애교를 부렸다. 노인은 비록 눈을 뜨진 못했지만, 심박수 상태로 보아 매우 기뻐하는 듯했다. 그렇게 5분 정도 지났을까. 노인이 마지막 큰 숨을 내쉬었다. 심전도 기기의 삐-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강아지는 어느 틈에 노인의 얼굴을 핥아주고 있었다. 노인의 임종을 지킨 건, 아들들이 아닌 강아지였다.


 “20시 25분, 이철호 씨 사망하셨습니다.”


 소리 내어 사망선고를 읊었다. 노인의 강아지…… 아니, 노인의 가족, 막내가 들어야 했기에.

 막내는 내 말을 듣고는 핥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노인의 품에 들어가 조용히 엎드렸다. 막내는 노인을 영안실까지 배웅했다. 침대가 멈추자 마지막으로 노인의 품에 머리를 비비더니 나에게 안겨 병원 밖으로 나왔다.

 두 아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막내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노인의 임종을 함께한 정으로 내가 데려오게 되었다.

 막내는 내 가족의 일원으로 행복한 10년을 보냈다. 그러다 얼마 전, 내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믿는다.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 막내는 어딘가를 보며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으니까.

 마치 10년 전 노인이, 아니 제 아버지가 마중이라도 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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