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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윗 Mar 16. 2024

끝도 없이 달리는 시베리아 철도

시베리아에서의 첫 열매인 따냐는 시베리아 북쪽 도시에서 이르쿠츠크로 유학을 온 자매입니다.


그녀의 가족은 같은 시베리아의 도시인 우스트 일림스크(Усть Илимск)라는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는 그 도시를 방문하기로 계획을 했습니다.


 이르쿠츠크에서 북쪽으로 기차를 타고 서른 시간을 달려야만 다 다를 수 있는 우스트 일림스크는 작은 도시였습니다.


따냐와 함께 우리 식구들이 모두 기차에 올랐습니다.


한 칸에 네 명이 타는 침대열차 두 칸에 나누어 타고 북쪽을 향해 달렸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시베리아는 강도 벌판도 분간이 안될 만큼 눈으로 가득했습니다.

녹지 않는 쌓인 눈 위에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서른 시간을 달린 끝에 우리는 우스트 일림스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그 기차의 종착역이었고 북쪽으로 가는 시베리아의 철길은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따냐의 가족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전한 복음을 듣고 온 가족이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혼자서 그 길을 다녔습니다.


월요일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달려가 그 가족을 만나 말씀과 교제를 나누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목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따냐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날은 2인용 침대열차였지만 승객은 저 혼자였습니다. 끝없는 눈 덮인 자작나무 숲길을 헤치고 기차는 하염없이 달렸습니다.


열차 안에서 네다섯 끼를 해결하고 간간히 홍차를 시켜마시고 하루 밤을 새워야 집에 도착하는 여정이었습니다.


달려도 달려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경치를 바라보며 철길 위를 달리는 열차의 소음에 익숙해질 무렵의 오후였습니다.



문득 가슴과 귀로 들리는 음성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교회를 맡겨 일하게 할 것이다."


믿기가 어려웠지만 그 음성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가족을 위해 시베리아 벌판을 끝까지 달려오는 길에 그분의 음성을 들은 것입니다.


나는 울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뵈었던 모세처럼 나는 두려웠습니다.


'내가 누구이기에......,


그칠 수 없는 눈물이 닦을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교회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단지 넓고 광활한 시베리아에서 교회도 없이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멀고 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고 또 원치도 않고 또 그 사실을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방문을 받은 나 자신은 두려웠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꿈속에서 다시 한번 제게 말씀하신다면 지금 들은 음성을 사실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입니다.



새벽을 깨우며 달리는 열차 속에서 잠이 깼습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큰 경기장에 제가 있었습니다.

경기장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큰 집회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섬기고 있는 J목사님이 강단으로 초대받아 마이크를 쥐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 시대를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젊은 종을 여러분들께 소개하는 영광을 누리겠습니다."


그는 제게 마이크를 넘겨주었고 저는 영어로 설교를 하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잠에서 막 나온 저는 또 울고 있었습니다.


그 꿈을 해석하여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청했습니다.


"J목사는 나에게 순종했기에 나는 그를 사용했다. 이제 나는 그를 대신해서 너를 쓸 것이다."


나는 소리를 내어 또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그 달리는 열차 속에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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