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

(81일째) 건배(乾杯)

by 하늬바람


(opening)


저번 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79일째’는 ‘빵집 시놉시스 (3) 시즌1 마무리’ 였습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 81일째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

- 건배(乾杯)


이번에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일본 도쿄에 장기파견 나가 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연구실(Lab)에 있었는데, 그때 일본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하고 한여름에 중국에 한 달 정도 장기출장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쓰촨 성 청두시였는데 중국땅으로 보면 왼쪽지방으로 티베트에 인접한 곳입니다. 손가락 안에 들어갈 큰 도시로 인구수는 중국 내에서 네 번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하고 상당히 먼 지역이라 한국 여행객은 거의 없고, 두 가지가 아주 유명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촉나라를 세운곳이고, 판다의 고향이자 서식지입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매운 요리로 아주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중국식당 가면 사천요리라고 붙어있는 것이 중국말로 쓰촨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거리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두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나 심정상으로는 가깝기 어러운 나라이기도합니다.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한데 지리적으로 근접한 나라들은 침략과 전쟁 등의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원교근공 (遠交近攻) 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겠죠.

현재에도 정치적, 경제적으로야 서로의 입장과 이해요구가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신라의 수도였던 역사 깊은 도시 경주에 모여있으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살면서 중국으로 출장 가있는동안 저녁에는 세나라 사람들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곤 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술문화중 공통점은 건배(乾杯)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마를 건, 술잔 배’를 사용해서 잔을 부딪치고 함께 마십니다.


우리는 건배, 중국은 간베이, 일본은 깐파이로 발음합니다. 우리나라식으로 폭탄주 만들어 러브샷 하는 걸 정말 좋아들 합니다.

APEC 회의에 온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도 치맥에 러브샷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외로 중국친구는 술 취하도록 권하지 않는 편이고, 일본친구도 얼음을 타서 약하게 먹는 걸 즐깁니다.

실제로도 중국 술문화는 취한모습은 예의에 벗어난다고 생각하기에 과음하는 사람들 보기힘듭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디든 문제아들은 있기 마련이죠..

민감한 문제는 서로 꺼내지 않고 쓰촨성 청두시의 자랑거리인 삼국지 이야기를 주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업무 일정이 끝나고 유비 묘소가 있는 사당을 견학 가게 되었는데 소설 속 도원결의 장소도 만들어져 있고, 제갈량의 출사표와 그를 기리는 장소같은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막상 유비 묘소가 안 보이길래 물어보니 앞에 있는 아주 큰 산 하나가 묘소랍니다. 대륙의 스케일이라니..


일본친구는 삼국지에 빗대 막부시절을 배경으로 한 일본소설 ‘대망’ 을 이야기하더군요. 저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으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를 안주삼아 술과 함께 마셨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책 제목들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역사에 대해 기억해야 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가깝지만 절대 가깝지 않은 나라. 함께 가야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아픔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에 기억해야만 합니다.

금주생활하다 보니 예전에 술 마시던 기억이 해외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 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배나 비행기로 운송되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마셔야 제맛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셔본 중국술은 증류주 본연의 깔끔함과 은은한 향도 좋습니다.

고량은 수수란 뜻인데 예전에 보았던 장예모 감독과 공리 주연의 영화 ‘붉은 수수밭’ 은 지금도 선명한 영상으로 기억이 납니다.


수수밭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증류해서 술이 똑똑 내리는 장면은 제 간장을 녹였습니다.

수수 양조장을 운영하는 집안에 강제 결혼으로 팔려온 여성의 기구하지만 당찬 삶과 일본군의 중국침략으로 인한 여러 사건들을 줄거리로 한 작품으로 중국의 토속성과 시대의 아픔이 잘 베어있습니다. 제가 손꼽는 인생영화중 하나입니다.


일본에서 ‘나마비루’ 라고 부르는 생맥주는 현지에서 마시면 시원함과 풍부한 거품맛이 최고입니다.

국내에서 마시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물론 니혼슈(한국에서는 사케라고 부릅니다)는,

준마이나 다이긴조급이면 가성비도 괜찮고 도수도 높지않은데다 맛이 고급스럽습니다.

정치, 경제, 역사를 떠나면 술만큼은 서로 화합하기 좋은 문화요소입니다.

술 금주 81일째는 APEC 으로 인해 잠깐 추억의 술여행을 멀리 다녀오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