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슈퍼블루문을 보았다
“왜 블루문인거지?”
“가장자리가 푸르스름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지난번 레드문은 정말 빨갛던데, 블루문은 파랗지 않구나.”
“그런데 크긴 크다.”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야구 경기 중계를 보고 있었다. 나는 키움 히어로즈 팬이다. 8회 초까지 이기고 있던 우리 팀이 8회 말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 우리 팀의 8회 성적은 처참하다. 지고 있으면 당연히 질 것 같고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 이기고 있다가도 열 경기 중 여덟에서 아홉 경기를 역전당했다. 지난 8월 24일 경기에서 삼성라이온즈는 6회부터 승리투수 조를 마운드에 올렸다. 불펜투수들은 2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기고 있는 경기의 승리를 책임지는 승리투수 조와 지고 있는 경기를 마무리하는 추격조가 있다. 그날 삼성 라이온즈는 6회 초에 4 실점을 하고 지고 있었다. 삼성은 키움 히어로즈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승리투수 조들을 가동했고 그 작전은 성공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8회에 만루 홈런을 맞고 역전패했다. 히어로즈의 8회는 역전의 기회라는 것을 상대팀도 안다. 번번이 이런 일이 생기니 응원하는 나도 8회가 불안하다. 오늘도 또 그런 날인가?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나. 달님에게라도 빌어야 하나. 문득 오늘밤이 슈퍼블루문이 뜨는 날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 보지 못하면 14년 뒤에나 볼 수 있다나. 야구를 보며 응원을 하는 것보다 달님에게 비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마당 돌계단에 남편과 앉아 달을 보았다.
“블루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달은 참 잘 보인다.”
“저기, 달 오른쪽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이 있네? 무슨 별일까?”
“당연히 나는 모르지. 헤헤헤”
우리 부부는 집돌이와 집순이이고 귀차니스트이다. 예전 아파트에 살 때 달구경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평소에 달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추석에는 한 번쯤 하늘을 우러러 달님에게 인사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추석에도 달이 보이지 않았고 달을 보려면 아파트 놀이터에라도 나가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집 밖으로 나가려면 꽃단장은 안 해도 눈곱은 떼어야 하고 옷도 챙겨 입어야 한다. 가끔 겉옷인지 잠옷인지 헷갈리는 옷을 입고 나오는 주민들도 있지만, 나는 잠옷 입고 복도로 나가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사람이다. 놀이터까지 나가려면 옷을 갖춰 입어야 해서 귀찮기 그지없다. 어찌어찌해서 집밖으로 나가도 달을 볼 수 있는 확률이 100%가 되지 않는다. 도시에는 달을 가리는 고층 건물이 많다. 핑곗거리도 많은데 우리 부부가 달을 보겠다고 애쓸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남들이 올려주는 보름달 사진을 보며 감탄만 했는데 올 추석은 마당에서 달 보며 소원을 빌 수 있겠다. 달님아, 기다려 봐요. 이번에는 소원 한 번 빌어 보겠습니다요.
“현관문만 열고 나오기만 해도 달을 볼 수 있으니 참 좋다. 그지?”
“그래. 좋구나. 좋아”
“좋다면서 벌써 들어가?”
“야구마저 보려고.”
내가 달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12회 초에 6 득점을 하고 이겼다. 12회 연장 승부 끝에 얻은 귀한 승리다. 어머나, 세상에나. 달구경에 푹 빠져 이기게 해달라고 달에게 빌지 않았는데도 나의 영웅들이 해냈다. 이런 경기는 야구장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는데…. 문경에서 야구장에 가서 야구 한 번 보려면 작정을 해야 한다. 경기는 대개 저녁 10시쯤 끝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어렵다고 생각하니 더 야구장에 가고 싶다.
“블루문이 푸른 달이 아니라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말하는 거래.”
“어쩐지.”
“아까 말이야. 달 옆에 2시 방향에 유난히 밝은 별이 있었잖아. 그거 토성이래.”
“정말? 우리가 토성을 본 거야? 맨 눈으로 말이지? 멋지다.”
그래, 나는 야구 직관대신 달과 하늘을 얻은 거다. 됐다, 뭐. 하하하하.
보름달 뜰 때마다 소원을 야무지게 빌어야겠다. 야구직관을 소원으로 빌어볼까. 올해는 틀렸고 내년 시즌에 키움 히어로즈가 야구를 아주 잘해서 우승하고, 나는 야구장에서 우리 팀의 우승을 지켜볼 수 있기를 소원한다. 달님, 제 소원 들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