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 용추계곡에 다녀왔다. 시원한 계곡 물에 발 한번 담가 보겠다고 차로 30분을 넘게 달려갔다. 용추계곡은 가평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문경에도 있어 의아했는데, 용추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깊은 웅덩이를 의미한단다. 역시나, 계곡 가까운 곳은 음식점이 독차지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만 주차를 할 수 있다. 밥을 먹고 온 사람은 계곡에서 놀지도 못하냐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구시렁거리며 주변을 배회하다 공영주차장을 발견했다. 주차장에서 계곡까지는 도보 1 km 남짓이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을 찾아 걸어갔다.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등산로이다. 어머나,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리본 무게에 나뭇가지가 부러질 것 같다. 무릇 산악회 리본이라는 것은 말이다. 언젠가 내 뒤에 오는 등산객들에게 ‘이 길이 등산로 맞아요. 안심하고 가도 됩니다.‘하고 알려주기 위해 나무에 묶어두는 것 아닌가? 누구나 한 번쯤 산행 중에 이 길이 맞나 아닌가 하며 헷갈린 적이 있을 거다. 그때 나무에서 흔들리는 산악회 리본이 보이면 반갑고 마음이 놓이고 안심한다. 산악회의 등산리본은 감사하다.
하지만 오늘 본 리본들은 너무 많다. 이 리본들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뒤에 오는 등산객들을 위한 것이라면 3~4개로 충분하다. ‘우리 산악회도 여기에 다녀갔소.‘하고 자랑하는 것인가? 산악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산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난 잘 모르겠다. 게다가 요즘은 등산로를 워낙 잘 가꿔놓은 덕분에, 통행금지된 길로 가지 않으면 산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니 예전과 달리 굳이 나무에 리본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리본들이 펄럭거리는 모습이 흡사 굿판처럼 보인다. 그만큼 보기 좋지 않았다. 나무도 싫어할 것 같다.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