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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Dec 01. 2023

여러분을 기특해하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청소년 기후행동 유진 씨에게


유진 씨에게


안녕하세요. 유진 씨!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이름까지 불러가며 편지를 보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여러 이유에서 유진 씨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는  2020년 12월 5일에 써 두었던 건데 이렇게 늦게나마 보내요.



전 요즘 환경문제, 기후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이 많아요.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인식하게 된 건, 2020년 하루도 빠지지 않고 40일이 넘게 내리던 여름비 때문이었어요. 생존에 대한 위협? 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아는 것도 없고 실천하는 것도 딱히 없던 저로서는 누군가의 모델링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유진 씨와 친구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어느 영상에서 우연히 유진 씨와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한 똘똘한 한국인 학생(이게 바로 유진 씨예요!)이 유창한 영어로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장면이었어요. 2019년 9월 뉴욕 청소년 기후 행동 모임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유진 씨의 그 유창한 영어가,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모습, 진지한 눈빛이 인상적이라 계속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어느 집 딸내미가 저렇게 야무지고 똑똑한가 하면서 말이죠.




제가 본 영상은 <EBS 다큐 프라임 - 시민의 탄생>으로, 2019년 청소년 기후 행동의 활동을 담은 내용이었어요. 병결도 공결도 아닌 기후 결석이라니! 유진 씨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와 내용을 듣고 전 사실 많이 놀랐어요. “지구 위기 직전 1.5도까지 남은 시간 8년”이라는 무시무시하고도 두려운 화두를 두고, 당당하고, 야무지게, 그리고 간절하게 이야기하던 유진 씨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2019년 9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 / 출처: EBS 다큐 프라임 시민의 탄생 2부 - 이런다고 바뀔까요?



내가 한참을 잘 못 알고 있었구나. 이제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정말 시간이 없구나. 교복 입은 친구들도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걱정만 하고 앉아 있을 일이 아니구나... 하고 말이지요. 무섭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 가며 여러 글, 영상, 책들을 접하면서, 그때 유진 씨와 친구들이 말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이 편지를 쓰려고 기억을 더듬어 유진 씨와 친구들의 영상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학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평범한 학생들이,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하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여러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커집니다.



유진 씨와 친구들이 기후 위기를 바라보고 느끼는 여러 생각들과 솔직한 마음이, 기후 문제를 <나의 문제>로 마주할 수 있는 저의 시선과 태도를 바꾸는 티핑 포인트가 되어 주었어요.너무 고마워요.






     여러분을 기특해하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내 일이 아닌 듯 무심하게 보낸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이런다고 바뀔까 낙담하느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서 정말 미안해요.


기후 문제를 '나의 문제'로 마주하게 해 준 고마운 존재들 / 출처: EBS 다큐 프라임 시민의 탄생 2부 - 이런다고 바뀔까요?



시위를 열거나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른들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이 먼저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였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행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여러분의 그 당당한 목소리로 더 크게 외쳐주세요.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행동할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 될게요. 우리에겐 텀블러와 에코백 사용에만 관심을 가지기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깐요.



갈길이 먼 것도 알아요. 조금 늦어버렸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실천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목소리가 만들어 낸 변화들을 보면서,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유진 씨와 친구들이 바라는 그 변화를 우리 모두가 너무 멀지 않은 내일에 마주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고마워요. 청소년 기후행동!

https://www.instagram.com/youth4climateaction.kr



덧붙여)


유진 씨도 이제 대학생이거나 아니면 벌써 졸업을 하고 새내기 사회인으로서 바쁜 생활을 하고 있겠네요. 어디에 있든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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