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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Dec 22. 2023

일회용품은 쓰되 환경은 지키라는 화진 언니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화상 입지 않고 10초 안에 들이키라는 소리


지난 11월. 환경부에 계시는 화진 언니께서 「일회용품 관리방안」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화진 언니는 환경부 넘버원이다. 화진 언니는 소상공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알아서 쓰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알아서 감량하라 하신다.


일회용품. 최대한 안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언제부터 일회용품 막 쓸 수 있는 나라에 살았나?

출처: 중앙일보

언니께서 말씀하신 내용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이제 비닐봉투 맘껏 써도 돼

2. 이제 플라스틱 빨대 맘껏 써도 돼

3. 이제 종이컵 맘껏 써도 돼



비닐봉투 써도 돼. 그런데  장바구니,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는 정착시켜!

화진 언니 말씀으로는 비닐봉투는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신단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가 2023년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이며,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라는데.


소매가격 기준 EL724 생분해 친환경 비닐봉투 소 5L 100매 7,900원, 고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투 같은 용량, 같은 수량에 2,200원이다. 비닐봉투 사용 규제 없이 BGF리테일(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 24가 어느 날 갑자기 "환경을 지켜야겠어!" 마음먹고 생분해성 봉투로 바꿨겠나? 비닐봉지 쓰지 말라는 정책이 있으니깐 생분해 비닐봉투 준비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비닐봉투 50원에 구입해야 하니깐 장바구니 챙겨가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오는 것이다. 무상으로 비닐봉투 제공하면 어느 슈퍼마켓이 소비자에게 종량제 봉투 사라고 말하겠나? 마트 이름 대문짝 만하게 찍어서 비닐봉투에 주지.  



플라스틱 빨대 계속 써도 되는데, 대체품 시장은 성장을 유도할게.

사실 화진 언니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도 걱정하는 분이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 빨대, 생분해성 빨대 등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우리 때문에 통 크게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 하신다고.


앞으로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이제 와서 논의하겠다고 하시는데 그동안의 계도기간 동안은 무엇을 했나? 플라스틱 빨대 사용해도 된다는데  2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 사용하는 카페 사장님은 바보다. 죽을것 같이 바쁜 카페 알바생은 "빨대 필요하세요? 종이 빨대 드릴까요? 저희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가 있긴 하지만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줄이시는 건 어때요?"라고 손님에게 묻지 않는다.

 

카페 사장님들이 1원이라도 싼 플라스틱 빨대 사가는 데 대체품 시장은 도대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 건가? 어느 바보가 종이 빨대 팔아보겠다고 공장 돌리겠는가? 정부 정책 믿고 빚내서 공장 돌린 종이 빨대 사장님은 길거리에 나 앉게 되었는데 이런 문제들은 화진 언니께서 어떻게 해결하실는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종료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추후 결정한다는데 나에겐 "없다" 혹은 "모르겠다"로 읽힌다.  



종이컵 사용 맘껏 해. 그런데 종이컵 사용을 줄이도록 지원과 권고는 할게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 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한다. 특히,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세척시설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매장 내 종이컵 이용을 가능케 한단다.

다만,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 나가겠다 한다. 매장에서 사용된 종이컵은 별도로 모아 분리 배출하는 등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하여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배가할 계획이라는데.

출처: 연합뉴스 TV

그래 좋다.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자 치자. 그럼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해 놓았는가?



환경부는 계도기간 동안 유역·지방환경청, 지자체와 함께 약 21만 곳(2023년 9월 기준)의 매장을 점검하고, 제도 이행준비에 필요한 안내·홍보물을 제작·배포하는 등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매장에 포스터 붙이고, 환경부 홈페이지에 배너 거는 것이 제도 정착은 아니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 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선정·지원 시 우대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라는데, 지난 계도 기간 동안에 이런 일들을 준비하고, 이제는 '시행'해야 한다.



화진 언니는 알고 있을까?  

플라스틱 빨대는 너무 작아 분류작업에서 골라낼 수 없어 사실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

플라스틱 빨대가 플라스틱 선별 기계의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사실.

종이컵 안쪽을 물로 깨끗이 헹궈낸 뒤 종이팩으로 분리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

낱개로 사용된 종이컵을 깨끗한 상태로 한 곳에 모아 수거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재활용률은 1% 수준이라는 사실

종이컵 재활용을 위한 종이팩 수거 시스템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사실



화진 언니께 이런 일을 미리 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다.  

눅눅해지지 않는 빨대 생산을 위한 기술 지원

종이 빨대 가격 안정을 위한 기업 지원

컵 씻어낼 싱크대조차 만들기 어려운 작은 카페 사장님 위한 소형 컵세척기 구입비 지원

다회용기 세척 서비스 제공하는 스타트업 사장님들 지원


플라스틱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마음대로 쓰라고 할 게 아니라.




식당 사장님, 카페 사장님이라고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쓰는 게 즐거운 일이 일이겠는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종이컵을 내다 버리는 사장님 마음인들 편하겠는가? 괜히 사장님들 나쁜 사람 만들지 마시라. 사장님들께 일회용품 사용이 아닌 다른 선택지도 마련해두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제 마음 놓고 카페도 못 가겠다.

"음료는 머그잔에 주세요"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지.

"저희 매장은 이제 텀블러에 음료를 드리지 않아요"라고 말할 카페 알바생 앞에서 얼마나 당황해할지.

"엄마! 왜 이제 종이 빨대는 없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이 상황을 설명해줘야 할지.


화진 언니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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