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확행 Jan 26. 2024

마일리지 적립 안 해주셔도 돼요

마일리지라고 다 같은 마일리지가 아니지!

다음 내용이 설명하는 것은?

먹거리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

식품중량에 이동 거리를 곱한 것

식재료가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길면 길수록 나쁘고,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것


정답은

.

.

.


푸드 마일리지 


푸드 마일리지가 길어진다는 것은 식품의 이동 거리가 길어지는 의미로, 장거리 이동 시 탄소배출이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존료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분명히 영향을 준다. ‘푸드 마일리지’가 짧은,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나아가서는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 집 푸드 마일리지는 상당히 긴 편임을 미리 고백한다. 사시사철 늘 먹어야 하는 과일. 바나나와 블루베리.


바나나

우유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맛을 싫어하는 나의 못된 점을 아이들이 똑 닮아 내었다. 그래서 우유를 절대 찾아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 거니와, 코 앞까지 들이밀어진 우유를 받아 든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사약을 받는 대역죄인과 같다. 우유 마셔라 잔소리에 내가 먼저 지쳤다. 그래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 바로 바나나.


우유 500ml 바나나 한 개에 갈아 컵 두 개에 나누어 따른다. 컵이 넘치기 직전까지 한 컵 꽉 찬 바나나 우유를 식탁에 두고 아이들을 부른다.

"이건 좀 마실만 하네요!"

“맞아, 형! 이건 그래도 견딜만한 사약이야”

시끄럽다 이것들아! 빨리 마시고 양치해라.



냉동 블루베리

“엄마 뭐 시원한 거 없어요?”

“시원한 거 뭐? 물?”

“아이스크림 같은 거요. 시원하면서 아삭아삭 한 거”

더운 여름은 물론이거니와 한겨울 칼바람이 불어도 이놈의 ‘사원한 것 타령’은 끊이지 않아 나름 대안을 찾은 것이 냉동 블루베리였다. 생각보다 달지 않은 맛에 시원한 식감까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영양도, 아이의 선호도도 다 좋은데, 문제는 그 블루베리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온다는 점이다. 수입 블루베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당연히 가격이다.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 2kg 18,1820원. 국산 유기농 냉동 블루베리 1kg에 배송료 포함 21,900원. 이렇게 가격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우리 집 푸드 마일리지 적립률 에이스 아이템들

이렇게 싸질러놓은 푸드 마일리지를 다시 줄이려면 로컬 푸드를 찾아야 한다. 야식 먹고 뒷날 미친 듯이 운동하는 꼴이긴 하지만, 나의 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우리 동네 로컬 푸드를 찾는다.



로컬 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는 지역 농산물을 뜻한다. 먹거리의 신선도뿐만 아니라 식품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로컬 푸드는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유통 거리가 짧다. 짧은 유통 거리는 운송에 따른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킨다. 포장재 사용 절감부터 토양 생명력 유지 및 생물 다양성의 증진까지 다양한 환경적 이점이 있다.



매번 지나치기만 했던 농협 로컬 푸드 매장을 오래간만에 찾았다.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야채들은 인근 대형마트나 슈퍼보다 가격이 확실히 저렴했다. 풀떼기 비싸서 못 먹겠다는 나의 푸념은 내 게으름과 무관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매장에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국내산이었고, 신선채소뿐만 아니라 꿀, 참기름, 쌀, 막걸리 등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여러 먹거리들이 알차게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할인과 적립, 무료배송에만 눈이 멀어 이 식품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내 무관심과 무지함에 더 놀란 건 감출 수 없는 사실. 집에서 조금 더 걸어오는 그 길이 뭐가 그리 귀찮아서 그렇게 꿋꿋하게 외면했는지.


우리 동네 로컬 푸드매장


신선 야채는 확실히 신선하고 저렴하다.


지구가 한 마을이 되어버린 지금 이 시대에 우리 동네에서만 나는 음식을 먹고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노르웨이산 연어, 뉴질랜드 키위, 칠레산 체리를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게 아니라 잠시 멈칫하자는 것이다. 5번 사 먹을 때 한 번은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과일, 채소, 해산물을 떠올려보자는 거다. 통영 굴, 포항 과메기, 청송 사과, 홍천 옥수수 산지 직송 주문 어렵지 않으니깐.




바나나는 그렇다 쳐도, 냉동 블루베리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 국산 블루베리는 비싸다고 쳐다도 볼게 아니라. 


나에게는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과 더불어 할인 쿠폰과 카드 포인트 적립이라는 심리적 허들을 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전 08화 방에 드러누워서 나무 심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