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말린 우유팩을 모으는 대형 김치통이 가득 찼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오늘은 꼭 그곳에 가야만 한다.바로 주민센터!
우리 동네 주민센터는 우유팩과 건전지를 수거하고, 규정에 따라 종량제 봉투와 두루마리 휴지를 제공한다.
김치통에 가득 담겼던 우유팩들
집에 굴러다니던 쓰다 만 건전지를 큰 맘 먹고 모으니 양이 꽤 나온다.
종량제 봉투와 두루마리 휴지에 혹 해서 종이팩 배출에 유난스러움을 더하는 것이 아니다. 우유팩을 씻고 말린 나의 수고가 헛짓거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나의 발악이며 집착이다.
지난 3월. 재단법인 '숲과나눔'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 포럼>을 개최하였다.
'종이팩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종이팩 회수체계를 보편적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종이팩을 혼합배출하지 않게 별도 품목 구분을 의무화한 후 여건에 맞춰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면 이후 단계에서는 캔, 페트(Pet), 유리병처럼 수거되어 선별되는 일반적인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홍 소장은 지적하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출처: 라이프인
분리 배출된 종이팩은 일반팩과 멸균팩을 선별할 수 있는 장비 및 인력을 갖춘 전문 업체에 보내지는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하다고. 그래야 종이팩을 사람들이 쉽게 분리배출할 수 있고, 물량 이상이 쌓여야 일정 수준의 재활용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종이팩 재활용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종이팩만 따로 모으는 용기나 박스를 마련해야한다. 이미 우리는 일반 플라스틱과 페트병을 따로 분리 배출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이팩과 건전지를 배출 하고 난 후.
20리터짜리 종량제 6장과 롤휴지 2개를 받았다.
우리 아파트에 종이팩 전용 분리함이 설치될 때까지 나의 유난스러운 종이팩 배출은 계속될 것이다. 우유팩이 제대로 재활용될 수만 있다면, 주민 센터가 아니라 그 어디라도 갈 마음이 있다. 그건 절대 귀찮은 일이 아니며, 소신 있는 유난스러움이자 지구를 향한 나의 소심한 사랑 고백일 뿐.
제대로 된 시스템은 사람들을올바르게행동하게한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 노력, 행동이 가치 있는 실천으로 꽃 피워 지길. 씻어 말려진 종이팩을 정리하며 지구를 위한 화살기도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