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스럽다 함은

오롯이 자신을 주장한다

by 박경이


앵두를 딴다. 입이 바구니다.

혀에 밀착되며 터지는 알알은 먹을수록 먹고 싶다.

앵두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넘기는 해가 많았는데

내 울안에서 이 홍구슬을 만끽하니 참 호사스럽다.

다닥다닥 여물게 붙었는데도 톡톡 건드리니 툭툭 떨어진다.

손바닥으로 굴러 방긋 웃으니 사랑스럽다.

바닥에 떨어진 구슬 집어올리는 손끝조차 고귀하다.


살짝 붙들어 따고 나면 출렁, 쫄깃하게 제자리 찾는 가지들.

동쪽으로 벋은 가지가 더 굵고 빛난다.

태양이 낳은 빨강. 진짜 입술 같은 앵도로구나.

수많은 입맞춤과 속삭임을 꿀꺽

오오, 색스럽다, 알알이 오롯이 자신을 주장한다.


오후, 넘어가는 햇빛 속에 새빨간 보리수도 제 이름을 부른다.

갸늘한 꼭지 달린 붉은 진주, 두 알 달랑달랑 귀걸이로 딱이다.

떫은 맛을 품고도 단맛에 새곰함이 알강달강 속닥속닥,

세 그루 가지마다 휘영청, 이 보물을 어쩌나.

잼을 만들까, 어떻게? 한 번 해보자.


한참을 끓인 다음 으깨어 왕겨 같은 씨를 걸러내고 다시 끓인다.

팔목이 찌릿하고 다리가 저리도록 둘이 불앞에 붙어서 휘젓는다.

시간은 가는데 졸아들지도 않네, 시고 떨떠름하네.

수상하다. 이거 먹게 될까. 빨리 좀 졸아라, 졸려 죽겠다.

남편이랑 주거니받거니 말도 손발도 왔다갔다, 그나마 할 만하다.

이런 즐거움이지, 잼이야 먹거나 말거나 맛있거나 아니거나.

무슨 소리, 맛있을 게 뻔하지.

설탕과 마음으로 남편이랑 졸였으니 볼 것도 없다.


색스러운 진짜 보석들을 종일토록 머금었다.

색스럽다 함은

자신을 온전히 인식한 채 뽐내되 기쁨으로 돌려 나누는 힘이다.

정말 살겠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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