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란 그런 것이여

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기에

by 박경이


뽕띠가 또 한 시간 동안 가출했다. 풀 뽑으며 기다리다가 슬슬 걱정되어 길 따라 올라가 보았다. 절집 보살님이 잘 가꾼 아름다운 정원 꽃나무 초록 속에 갸웃대는 어린 짐승이 보인다. 반갑고도 사랑스럽다. 목줄을 해서 내려오는 동안에도 이리저리 나를 끌어당기며 제 고집대로 킁킁, 힘이 여간 세지 않다. 머지않아 완전히 끌려다니게 생겼다. 땀이 버쩍 난다.


뽕띠야, 허락없이 맘대로 돌아다니면 엄마가 걱정하잖아. 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기에 이른 나이에 출가하려 가출하였단 말이냐. 자, 간식을 주마. 쫄깃쫄깃,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넌들 욕망이 없으랴만 세상사람이 너무들 욕망하는 이 때 너라도 자제하면 안되겠니. 오로지 제 몸 하나와 돈만을 노골적으로 섬기는 사람들도 많단다. 자신의 소박한 욕망조차 줄이려는 사람들이 더 좀 욕망했으면 좋겠어. 너도 그렇다구? 그렇다면 뭐. 집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멸치도 두 마리 줄게.

하여간 이제 너도 목줄 계속 해얄라나 보다. 온순한 속박을 즐기도록 하렴. 그게 사랑이란다. 수상하지만 폼나는 말이야. 그리고 성장을 욕망한다면 공부를 해, 조기교육은 놓쳤지만 기본은 떼어야지. 엄마아빠가 개 기르기에 대해 너무 아는 바가 없어서 미안하다. 어제 보니 아빠가 너희 교육관련 책을 읽는 것 같더라. 하여간 가출은 생각 좀 하고 선택하렴. 마음이 제 몸을 떠난 다음에 가출해야 소용 없는 거야. 마음을 지닌 채 출가해야 하는 거지. 아니면 어떤 마음을 내려 놓을 것인지 생각해 보렴. 기회는 많단다.

엇, 잔디기계 위에는 언제 또 올라간 거야?

너 반성하고 있구나. 잘못한 걸 아는 거야?


오후에 기다리던 비가 톡. 톡. 얘들아 비 먹어라~, 화분 꺼내 놓으며 갑자기 분주해진다. 비는 후두둑, 굵은 것 몇 개로 끝, 먼지잼. 내놓은 화분은 어쩌나 에그, 그래도 강아지들 산책하기엔 좋다. 목줄을 채우고 손에 힘주어 쥐려는 찰나 천방지축 뽕띠가 휙 내달리다 소리랑 부딪히면서 나를 야무치게 치고 말았다. 비틀하며 몸이 꼬이는 순간 목줄이 당겨지면서 오른팔에 급격히 퍼지는 굵은 통증.


아픔을 견디느라 주저앉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두 녀석이 핥고 발로 건드리는 순간 또 엄청 놀랐다. 얼굴을 가리며 피하니까 녀석들이 오히려 움찔하는 듯해서 그 와중에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눈물 가득 고인 눈을 크게 뜨자마자 녀석들과 눈이 마주쳤다. 피식~ 이 순한 눈동자를 어쩌랴. 아직 맘껏 만지고 안아주진 못해도 미워할 수 없다. 엄마를 걱정하고 어루만진 거니, 사과한 겨?

뽕띠 왕방울 눈에 내가 큰바위얼굴처럼 비친다. 웃음 난다. 엄마가 밥 안 주고 왜 이렇게 앉아 있나, 마냥 꼬리를 살랑대는 녀석들. 겨우 일어났다. 요놈들, 간식은 안 줄 거야. 제 집에 도로 매 놓고 밥 가지러 가다가 돌아보니 웃고 있는 것만 같다. 천진난만이라더니.


이놈들아, 오늘이 어버이날인 줄도 몰라?

말해 놓고도 어이없어서 울다가 웃다가 아픈 걸 참느라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어버이란 그런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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