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어딨슈

충분히 노다메

by 박경이


얘들아, 전 부쳐야지. 동태전 재료준비는 다 해 놨다.

딸래미 둘 다 수상하네. 졸립다 피곤하다, 제대로 할 것 같잖다.

맛살과 햄이 왕뚱뚱에 비뚤빼뚤, 파와 고추는 들쑥날쑥.

깻잎을 왜 도르르 말질 못하노, 저래서 꽂이가 될까.

기름 태우고 달걀옷 질질 흘리면서도 꺄륵대기는 또!

은근히 부아가 치밀려 한다, 어어? 하긴 하네, 전이 만들어지고는 있어.

TV에 눈 박고 노래 부르면서도 손이 움직이고 익는 냄새 난다.

저러다 벌떡 일어나 춤추면서 다 걷어차는 거 아냐?

걱정 마, 걱정 말라구! 우리를 믿으란 말입니닷!

믿으마, 근데 그만 좀 먹어라. 쌓이는 게 없잖아.

하하, 어차피 우리가 먹을 건데 뭘, 꺄르륵~ 히히힛~

기름 냄새, 타는 연기 속에 질러대는 노랫소리가 어지럽다.

집안이 차서 넘친다. 흐흐 추석이잖아. 한가위!


남편이 엄니를 모셔왔다. 어머니~ 할머니~~

할머니 동태전 드세요, 저희가 부쳤어요.(부치긴 저희가 부쳤지)

아이고 맛나네. 너희가 이렇게 잘 하니 에미가 허리 좀 펴겠구나.

(헐! 딸래미들 눈치보고 감정 조절하느라 더 힘들구먼.)


송편반죽을 해 오셨다. 쑥반죽과 동부고물. 깨고물. 깨부터 얌냠. 왜케 맛있담. 둘러앉아 조물락거리며 송편을 빚으니 참 좋다. 이젠 잘 키운 남의 아들도 좀 데리고 오너라. 몸맘 튼튼하고 머리 있으면서도 감성조차 넉넉한 녀석, 아내랑 잘 싸우면서 뚝심있게 제 일 해나갈 녀석들 말이야. 치아키처럼 재능 있는데다가 요리까지 즐기면 더 좋지. 치아키는 파리에 아파트 빌려주는 친척도 있잖니. 너희들은 충분히 노다메면서 얼마든지 노다메가 아니니까 얼마나 멋지냔 말이야. 달님께 빌어 봐. 그런데 그런 사람-남자가 요즘 귀하다니 어쩌니. 비스무리한 녀석 찾아서 키워야겠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뒤집개 들고 춤추는 딸들, 충분히 노다메다! 에고 얘들아, 안 돼. 노No! 다메だめ!


화투판이 벌어졌다. 우리 엄니 절대강자.

윷판을 벌인다. 우리 엄니 은근 강적.

꺄꺄꺄 윷이다~~ 하하하 뒷도다~~ 참으로 시끄럽다.

시골집, 아무 걱정이 없다.

몰라몰라 세동짜리 잡혔어~ 와하하하~~

마구마구 질러라. 퍼져나가라.

달님, 어딨슈? 구경만 할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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