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꽃밭을 열고
고등어구이에 수수밥, 김치, 두부 잘 먹었다. 우리집 돌나물과 피망 아삭아삭 참 맛난다. 아침에는 뭐 먹었더라. 우리 부추 달걀말이와 고슬고슬한 흰밥! 그래, 오랜만에 먹은 쌀밥 정말 맛있었다, 흰밥이 짱이야. 맞아, 잡곡밥 맛있는 것도 쌀과 함께인 덕분 아닐까. 건강을 섬기며 눈치 보느라 특히나 현미잡곡밥에 아부했던 것 아닐까. 잡곡밥 맛있다고 거짓말 했던 것 같다. 이제야 내 입맛을 알았다. 흰밥이 더 맛있어, 내 참말 하나 찾았다. 쌀밥...
반짝이는 새하얀 쌀밥...
숯검댕이들이 지어낸 빛나는 쌀밥의 추억은
어느 겨울 남편의 진짜배기 시골집에서였다
나무 타는 소리 들으며 엄니 옆에 그냥 앉아 있는 거다
무쇠솥 얹힌 아궁이 앞, 열기와 불빛에 번갈아 안길 때
엄니 따라 나뭇가지 한 개 또 한 개 넣어가며
꽃으로 변하는 불들을 끝나지 않을 듯 조용히 본다
타닥타닥 마르게 노래하며 춤추는 불,꽃.
작아지던 꽃잎들이 이윽고 뚝 끊기는 자리에는
열기가 흔들흔들 울렁울렁....... 이 붉은 파도를 타고
샤륵샤륵 김 굽는 엄니 손짓은 기막히게 신기했다
김 향에 들기름 냄새 따라 꽃불 내음도 다시 솔솔 오를 때
꽃들이 죽어 남긴 재도 보이던 걸
마침내
엄니가 몽당비로 입술 훔치듯 아궁이 주변을 사악사악 쓸면
사로잡힌 불꽃향에서 깨어나야만 할 때다
두 손으로 솥뚜껑을 자신있게 밀어야 할 때다
알알이 홀로 기대어 함께 하얀 믿음 하얀 빛들
순백의 꽃밭 한가운데를 열어젖히고 그것을 먹을 차례인 거다
부피를 가진 뽀오얀 냄새가 온기 속에 미각을 일떠세우며
꿀~꺽 내 몸에 든다
이토록 빛나는 기억이 이렇게 불려나올 줄
몰랐네, 이렇게나 내게 소복이 한 그릇
담겨있을 줄 정말 몰랐어, 밥이 삶이야
이 밥 덕에 살았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