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기준(일본 법무성 자료)으로, 한국 국적을 지닌 재일동포는 41만6389명이다. 이 중 1952년 샌프란스시코평화조약과 함께 일본 국적에서 이탈했거나 이탈한 사람의 후손인 특별영주권자는 27만 569명이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기호로서 '조선'을 택하고 있는 무국적(조선적) 동포는 2만 6792명이다. 한국 국적과 조선적의 동포, 이른바 '재일조선인'은 모두 44만 3178명이다.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재일동포의 구성에서 한국 국적자가 약 94%를 차지한다. 또 특별영주권자 이외의 동포, 이른바 신정주자(뉴커머)가 14만 6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경향적으로 한국 국적의 동포 비율이 점차 늘고 신정주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재일동포의 역사와 존재는 단지 통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식민지 모국과 식민지라는 역사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는데다 과거사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재일동포들은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와는 전혀 다른 긴장 속에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여기에 남북 분단의 영향도 가장 직접적이고 강하게 받고 있다.
국내의 재일동포에 관한 인식은 예전보다는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일동포들이 우리말을 잘 못하면서도 국적을 지키는(귀화를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재일동포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이민가는 사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귀화를 하지 못하는 데는 재일동포의 아픈 역사가 있고 국적 고수는 그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큰데, 이런 점을 국내에서는 잘 모른다. 차별과 억압 속에서 힘겹게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칭찬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군대 문제 등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조차 있다.
<재일조선인, 역사그 너머의 역사>(삼천리, 미즈노 나오키, 문경수 지음, 한승동 옮김, 2016년>는 '특별한 존재' 재일동포의 역사와 존재를 쉽게 설명한 재일동포에 관한 개설서다. 바로 전 해에 일본 암파서점에서 발행한 <재일조선인 역사와 현재>를 번역한 책이다. 필자인 미즈노 나오키 교수는 교토대에서 한국근대사를 가르쳤던 지한파이고, 문경수 교수는 재일동포 2세로 리츠메이칸대 교수를 지냈다. 나와는 모두 안면이 있다. 미즈노 교수는 은퇴 뒤에도 재일동포 및 한일관계에 관한 연구,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인 문 교수는 제주 4.3사건을 비롯한 한국현대사, 한일관계에 관한 연구 및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2021년에는 재외동포에게 주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1950년 생으로 동갑인 두 교수는 5장으로 된 책을 사이 좋게 나누어 집필했다. 해방 전까지 1장과 2장은 미즈노 교수가, 해방 이후 현재까지 3, 4, 5장은 문 교수가 썼다. 두 교수는 이 책을 쓴 배경으로, 1910년 한일병탄 이후 100년이 지났는데도 재일동포에 관한 이해가 적다는 점과, 최근 20~30년 동안 재일동포에 관한 연구가 다방면에서 깊고 넓게 진행됐다는 점을 들었다. 더 직접적으로는 집필 무렵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설이나 일부를 과장한 편향된 시선이 재일동포에 대한 헤이트스피치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책의 머리말에서 "역사와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 사람들에게 재일동포의 역사와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하지만 재일동포를 이해하려는 한국 사람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한일병탄 전후부터 해방 전까지는 조선 사람들이 일본의 식민지 정책과 태평양전쟁과 관련성 속에서 일본에 이주하거나 동원되는 과정, 일본에서 생활을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해방 뒤부터는 미군의 점령 시기와 고도경제성장기, 국제화 시대를 거치며 재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 가는가를 다각적으로 다뤘다. 특히, 냉전의 심화와 그에 따른 남북대립, 그리고 남북의 정치 변화가 동포 사회에 준 영향과 동포 사회의 대응 등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재일동포 사회가 조국과 일본 사이의 경계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향로를 모색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2000년대 초반까지를 다루고 있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현재적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문제제기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국민이나 국적에 따른 봉쇄나 배제, 분리를 떠받쳐 온 혈통주의와 단일국적주의라는 사고방식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명백히 무너지고 있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획일적인 시각을 전제로 늘 일본이냐 본국이냐의 선택에 내몰려 온 재일조선인의 존재방식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