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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Jan 13. 2022

'재일동포 차별'은 일본사회의 숨겨진 '인종주의'

<레이시즘이란 무엇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에서 재일동포와 관련한 시설이 잇달아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24일 민단 아이치현 본부와 붙어 있는 한국학교 일부가 방화 피해를 입은 데 이어, 8월 30일에는 재일동포 밀집 거주지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마을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12월 19일에는 오사카 민단 오사카본부 히라오카지부 건물에 햄머로 보이는 물건이 투척돼 유리창이 깨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이치현과 우토로마을의 방화범은 체포되어 최근 기소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한국이 싫었다"고 방화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의 발언도 충격적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인터넷 상에 그의 범행을 긍정하고 지지하는 글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일본사회의 병리현상'으로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44만여명에 이르는 재일동포들에겐 비난만 하고 지나가기엔 너무 심각한 일이다. 그들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왜 이런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차별과 증오 범죄가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일어날까? 이런 의문을 일본 특유의 '인종주의'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나왔다. 바로 재일동포 출신의 인권 운동가이자 연구자인 영성씨가 쓴 <레이시즘이란 무엇인가>(치쿠마신서, 2020년 11월)다.


양씨는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증오범죄를 '인종주의' 범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제도와 문화 때문에 레이시즘이 은폐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일본에는 레이시즘(인종주의)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차별은 있어도 레이시즘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많지만, 조선인 차별, 아이누 차별, 오키나와 차별은 민족차별이 아니라 모두 레이시즘이라고 단언한다. 레이시즘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레이시즘이 두 가지 이유로 은폐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일본 정부가 인종차별을 조사도 하지 않고 통계도 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증오범죄 통계를 발표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정부가 레이시즘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레이시즘은 반레이시즘이라는 대항적인 사회규범이 있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인데 일본에는 반레이시즘의 사회규범이 없다고 지적한다.


둘째, '일본에는 레이시즘이 없다'는 의문 속에 이미 레이시즘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인도 조선인도 모두 황색인종이라는 것 자체에 레이시즘의 싹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생물학에서는 인류를 하위 범주로 구분할 수 있는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 게 정설"이라면서 "인종은 존재하지 않으나 인종차별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클레용과 밴드에 "살색'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살색'이 아닌 사람을 외국인으로 인종화하는 문화가, 존재하지 없는 인종과 인종 차별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가 레이시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리버럴을 포함해 일본 안의 차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차별을 없애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차별 당하는 사람에 대한 동정과 이해로만 그치려고 하는 것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차별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왔고 그런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일본 사람도 많이 봤으나 대부분이 차별에 관한 말을 '소비'할 뿐 차별을 없애는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찾은 방법이 차별의 실상과 역사를 말하는 것보다 일본형 반차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인류보편의 반차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피해 당사자를 이해하는 것과, 가해자의 차별을 저지하는 것이 구미 사회에서는 반차별의 양륜이지만 일본에서는 후자가 결락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인식이 반레이시즘의 규범 형성을 방해해 '일본인 = 일계 일본인이라는 국민 = 인종의 유착'을 고착화시켰고 이것이 바로 '일본형 반차별'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레이시즘이란 인종화하여 죽이는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을 다루면서도 가급적이면 보편적인 차원에서 레이시즘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의 차별을 다룬 제5장과 제6장에서는 일본 사회가 재일동포에 대해 어떻게 인종주의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폭력을 가해왔는지를 실례를 들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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