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은 큰봄까치꽃?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여기저기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아파트 산책길에서 앙증맞게 꽃을 피운 회양목을 만난다. 새들이 마지막 남은 멀구슬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쪼아 먹는다.
수목원에 가 보니 주변에는 흔하지 않은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투명한 납매꽃과 노란 복수초, 풍년화, 히어리도 환하게 웃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하얗거나 분홍색 노루귀가 땅에 붙어 나도 여기 있다고 인사한다. 백목련 봉오리도 금세 터질 듯 부풀어있다.
시골 가는 길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활짝 피어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텃밭에는 겨우내 로제트로 누워있던 냉이와 광대나물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꽃다지와 돌나물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큰봄까치꽃이 3월의 잡초로 내 마음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큰개불알꽃이라고 불렀던 큰봄까치꽃. 예쁜 꽃에 비해 그 이름이 조금 민망하긴 하다. 하지만 개불알꽃으로 먼저 만난 터라 자꾸 그 이름이 먼저 입에서 나온다. 그러고 상대방이 큰봄까치꽃이라 고쳐주면 아차하고 민망해한다.
열매가 8~9월에 두 개가 마주 붙어서 심장모양으로 달리는데 그 모양을 빗대어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유명한 식물학자 마키노가 붙인 이름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찾아보니 역시 큰개불알풀로 등재되어 있다. 큰개불알풀, 큰개불알꽃, 큰 봄까치꽃...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자꾸 헷갈린다.
같은 현삼과로 2년생인 개불알풀은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져 연한 자홍색이고 암술 1개 수술은 2개이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라고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잎은 아래에서는 마주나고 윗부분에서는 어긋나는 짧은 입자루를 가지고 있다.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꽃대가 올라온다.
오늘 본 큰개불알풀은 유럽 등지에서 건너온 귀화식물로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큰개불알풀은 꽃이 크며 꽃잎색도 하늘색에 짙은 줄이 있어 개불알풀과 구별할 수 있다. 잎을 비교해도 큰개불알풀이 더 크고 줄기가 10~ 30센티미터로 더 길다. 유럽에서 귀화한 식물이라 꽃도 잎도 키도 다 큰 것인가?
개불알풀과 비슷한 종은 큰개불알풀 외에도 전체에 털이 많고 누워 자라는 눈개불알풀, 곧추서는 선개불알풀, 좀개불알풀이 있다고 한다.
오늘은 시골 텃밭에 지천으로 피는 큰봄까치꽃을 보며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같이 부르기 흉한 이름들이 들풀에는 많은데 고쳐 불러야 하지 않을까? 복주머니란도 개불알이라는 이름을 고쳐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큰봄까치꽃은 아직도 큰개불알풀로 등재되어 있다...
누군가는 장난스럽게 누군가는 얼굴 붉어지게 불리지 않도록 개불알풀은 봄까치꽃으로 큰개불알풀도 큰봄까치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