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보아딜라델카미노 - 카리온 24.4km
새벽마다 출발 전 바나나 아니면 요거트를 먹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걷길 바라며 출발
아무도 없다.
홀로 걷는 시간
걷다가 정수장 같은 곳이 나왔다.
빠른 물줄기 내려가는 소리가 정말 커서 압도당했다.
난간사이의 틈이 넓은데 새벽이라 불빛도 없어서 조마조마 후다닥 걸었던 기억이 난다.
잘 가고 있다고 안심시켜 주는 벤치 위의 친절한 화살표
순례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까지 친절하다고?' 하는 표시들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종교적 유산을 넘어서, 스페인 정부와 지역 사회에 있어 매우 중요한 관광 자산이기 때문에 나라 자체에서도 순례길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한다.
푯말, 노란 화살표, 거리 표지 등은 스페인 각 자치 지역과 순례자 협회가 협력해 지속적으로 정비한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30~40만 명 이상의 순례자가 전 세계에서 방문하며 이들이 걷는 동안 숙박, 식사, 교통, 기념품, 지역 특산품 등에 지출하는 금액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이렇게까지 친절할 만하다.
갑자기 순례길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래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당으로 향하는 기독교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원은 9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현재의 스페인)를 여행했다고 전해지며, 순교 후 그의 유해는 갈리시아 지역에 묻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813년경, 수도사 펠라요(Pelayo)는 밤하늘의 별빛을 따라가다 한 무덤을 발견하게 되고, 당시 교구 주교였던 테오도미르(Theodemir)는 그것이 성 야고보의 무덤이라 믿고 이를 공식 선포했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은 성지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후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Santiago
San = 성인 (Saint)
Tiago = 야고보 (James)
즉, Santiago = 성 야고보
Campus = 들판 (field)
Stellae = 별들 (of stars)
즉, Campus Stellae = 별들의 들판
→ "별의 들판에서 발견된 성 야고보”라는 전설이 이 이름의 기원
그런데 역사적으로 성 야고보가 실제로 스페인에 왔는지, 그의 유해가 진짜 갈리시아까지 옮겨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역사적 증거는 없다. 비록 전설일지라도, 이 이야기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이자 유럽 중세 정신문화의 상징적인 원천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전설을 통해 믿음과 회복, 자기 성찰의 여정을 시작했고, 오늘날에도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순례자가 추천한 카페에 도착했다.
- PANADERÍA SALAZAR -
덕분에 맛있는 빵을 먹었다.
추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배고플 때 갓 구운 빵 냄새는 참기 힘들었고
충동구매.... 잘 안 하는데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구매했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일출
오묘한 하늘 색깔
순례길 옆 도로엔 차가 정말 드물게 다닌다.
뒤 돌아볼만하죠..?
순례길 걷다가 길가에 어울리지 않는(?) 튼튼하고 예쁜 식물을 발견했다. 다른 식물은 누렇게 말라있는데 혼자 쌩쌩한.
나중에 정원 딸린 집에 살게 되면 이런 식물 많이 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조류공포증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학생 때 과학책에 새가 나오면 포스트잇으로 다 가리곤 했고, 새를 정밀묘사한 그림도 보지 못했다. 웃프지만 지금도 길거리에 비둘기가 있으면 지나가지 못하고 돌아간다.
저 그림은 뭔가 실사와 일러스트의 중간이랄까?
그림이 순례길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것 같아 아주 조금은 귀여워 용기 내어 올려본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 이 마을이 너무 평범해 보인다. 아마 첫날이었으면 더 설레며 걸었을 텐데
‘익숙해져도 익숙해지지 말자! 비단 순례길 뿐 아니라 삶 속에서도’ 이렇게 마음을 먹어본다.
역시 스페인은 고양이
두 갈래길이 나와 짧은 길을 선택했다.
일출보다는 석양느낌이지만 아직 해 뜨는 중이에요.
간판 만드신 분이 번역기를 돌리신 것 같다.
'따뜻한 집에서 만든 음식'
혼자 피식 웃었다.
캠핑하는 중인지 모르겠지만 책상을 펴 놓고 음식을 준비하고 계신 분도 보았다.
저 표지판의 '/' 표시는 마을이 여기 까지라는 뜻이다.
넘어가면 다른 마을이다.
또 큰일이 났다.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
중간에 마을이 없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구름이 아주 빠르게 움직여 하늘을 뒤덮었다가-
재빠르게 걷힌다.
구름 낀 하늘도, 맑은 하늘도 한 번에 본 날
그런데 마을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십 분을 갔을까, 서서히 마을이 보인다.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저 앞에 마을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표지판만 보며 걸은 것 같다.
마을 도착
카페에 먼저 들러 화장실 해결하고
선착순 알베르게로 가서 가방을 풀었다.
다리가 좀 아파 철퍼덕 앉아 쉬는데 옆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던 순례자가 과자를 먹으라고 건넸다. 전통과자인 듯한데 우리나라 '오란다' 같은 맛이다. 감사해요!
다른 분들도 뒤이어 막 도착하기 시작한다.
목마르니깐 오렌지주스(화장실 걱정 없으니 속 편히 마시는 중..)
기다리는 순례자들
알베르게 체크인시간까지 시간이 있어서 마을 산책길에 나섰다. 같이 걸었던 이바를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체크인 시작
기다리는데 따뜻한 차와 맛있는 쿠키를 나누어 주셨다
환영의 미소를 머금고 주셨는데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내 앞에 서 있었던 미국에서 온 부부가 체크인 중
순례길에서 저렇게 수기로 체크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잠시 디지털 시대는 안녕-
오늘의 침대
다리가 아파서 아래침대를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햇빛 쨍쨍한 스페인 시골 마을의 골목길이 참 매력 있다.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요리해 먹기로 했다.
혼자 콧노래 부르며 마트 가는 중
과일, 하몽, 요거트, 파스타소스, 오렌지주스..(아까 다 마셨다)
돌아오는 길인데 다들 어디 가고 차만 이렇게 많은지 마을에 도착해도 마을 사람들 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한국차 보이면 내심 반가운 한국사람
내가 할 요리는 야채파스타
전 날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야채들이 있어서 그 야채를 활용하기로 했다.
마늘도 많이 까서 넣고
사실 나는 파스타에 메인 고기를 꼭 넣는 편인데 오늘은 야채만 넣고 해 보았다.
거의 뷔페식이다.
다른 외국인 순례자들이 이렇게 차려먹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했다. 우리도 차리면서 한국인들 대단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렇게 잘 차려먹는 일이 매우 드물다.
다들 파스타 맛있다고 해주셔서 뿌듯한 저녁식사였다.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 줄 때 행복하다.
Albergue Santa Maria
오늘 묵는 곳은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알베르게인데 같이 모여 노래하는 시간이 있다.
한 한국인 순례자는 두 번째 순례 중인데 몇 년 전 이곳에서 부른 '아리랑'이 너무 감명 깊어 이번에도 이 알베르게에 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 함께 '아리랑'을 불렀는데 어설프게 한국어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참 아름답게 들렸다.
나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순례길 첫날 함께 걸었던 브라질 친구 '바흐레이'와 연락하다 같은 숙소인 걸 알았다. 가장 힘든 날 함께 해서 꼭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저녁 산책 중
우중충한 먹구름 중
저 혼자 빛 받아 지붕너머 황금색으로 빼꼼 보이는 구름에
괜스레 웃음이 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