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인생도#바뀔수있음

산티아고순례길. 트리아카스텔라 - 사리아 18km

by 실버레인 SILVERRAIN

오늘은 6:30분에 알베르게에서 나왔다.

오늘은 '사리아'라는 마을까지 가는데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산실(짧은 거리) or 사모스(긴 거리)

사모스에 있는 수도원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모스 길로 걷는다. 근데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서 산실로 걷기로 했다.


첫 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 돌바닥이 참 예쁘다. 잘 꾸며놓은 고급의 숲 속 휴양림 분위기가 난다.

흑마, 백마, 황마 딱 이렇게 3마리만 있었다. 신기한 조합

마을들 반짝거리는 불빛도 보고

묘지도 지난다.

누가 벽 한 구석에서 커피를 마셨나 보다.

여기는 도네이션 카페

간식을 먹고 나서 기부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먹지는 않고 그냥 지나쳤다.

새끼 소 돌보고 있는 어미소 같은데 너무 빼빼 말랐다. 그 와중 아침잠 많은 새끼소를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기 생명체들은 다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엽고.. 그렇다..

소 같긴 한데 처음 보는 종이다. 살짝 돼지도 닮았고 양도 닮았다.

순례길 후반부에 농장들과 동물들이 많이 보인다.

평야지대에서 산지로, 벽돌집에서 돌집으로 풍경과 마을들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안개비 내리는 중

한껏 늘어난 우비지만 애착이 간다. 나를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열일하고 있다.

카페가 나와서 아침을 먹을 먹었다.

어제 삶아 온 삶은 달걀, 빵, 오예스, 커피

그렇게 또 걷다가 벨로라도에서 시간을 같이 보냈던 미야 메기 벨라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지금 같이 가는 친구는 미야. 너무 반가워서 그 동안 어떻게 걸었냐며 이야기하며 가는 중이다.


그동안 이들은 미야가 다리가 아파서 버스를 타기도 했고 걸을 땐 아주 천천히 걸었다고 한다. 오늘 길에서 다시 만난 게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는데..!


후반부에 오니 이제까지 순례길을 같이 걸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인생의 후반부에서도 내가 살아온 흔적들과 사람들이 더 진하게 생각날 것 같다.

사리아 도착!

여기는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딱 100km가 남은 지점이다.

이곳부터 걷기 시작하면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거리라서, 짧게 순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출발점이라고 한다.


한국인 순례자도 많아서, 길을 걷다 보면 한국어로 된 간판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여기는 순례자 사무소

순례길의 상징 노란 화살표도 아주 크게 걸려 있다.

산티아고까지 걷는 순례길은 다양한데 이 지도들이 한 데 그려져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종류 (Camino de Santiago)


1. 프랑스 길 (Camino Francés)

출발지: 프랑스 생장피에드드포르(Saint-Jean-Pied-de-Port)

거리: 약 780km

소요 기간: 약 30~35일

특징: 가장 인기 있는 루트. 순례자 숙소(알베르게)와 인프라가 잘 갖춰짐. 피레네 산맥, 리오하 와인 지역, 메세타 평야 등 다양한 풍경



2.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és)

출발지: 리스본 또는 포르투 (대부분 포르투에서 시작)

거리: 포르투 기준 약 240km

소요 기간: 약 10~14일

특징: 해안 경로와 내륙 경로로 나뉨. 온화한 날씨와 평탄한 지형. 역사적인 도시와 전통 음식이 풍부


3. 북부 길 (Camino del Norte)

출발지: 산 세바스티안 또는 히혼

거리: 약 825km

소요 기간: 약 35일

특징: 대서양 해안을 따라가는 경로. 언덕이 많아 다소 험함. 아름다운 해안 경치와 비교적 한산한 길


4. 은의 길 (Via de la Plata)

출발지: 세비야(Seville)

거리: 약 1000km

소요 기간: 약 40~50일

특징: 남부 스페인부터 시작하는 긴 루트. 덥고 건조한 기후.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음


5. 잉글리시 길 (Camino Inglés)

출발지: 페롤(Ferrol) 또는 라 코루냐(A Coruña)

거리: 약 120~150km

소요 기간: 약 5~7일

특징:ㅌ짧은 시간에 완주 가능. 옛 영국, 아일랜드 순례자들이 사용하던 루트. 짧지만 정통성 있는 순례길


프리미티보 길 (Camino Primitivo)

출발지: 오비에도(Oviedo)

거리: 약 320km

소요 기간: 약 12~16일

특징: 가장 오래된 순례길. 산악 지형이 많고 난이도가 다소 높지만 경치가 뛰어남.


미야 벨라 메기와는 다음 마을에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오늘 알베르게는 사리아 초입에 위치한다.

갑자기 저기서부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 아이다가 저 멀리서 나의 쓰레기 우비를 보고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나의 쓰레기 우비'......

좀 웃어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례 끝나도 너의 정체성인 우비를 절대 버리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아이다는 오늘 사리아보다 한 마을 더 앞서간다고 하는데.. 오늘 헤어지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아이다를 보내고 알베르게 체크인을 했다.


2층으로 올라간다.

오늘의 침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숙소다.

사랑방 같은 커뮤니티 룸

정원도 있다. 해가 나면 여기서 일광욕을 할 텐데..오늘은 비가 온다.

비상 -

다 씻고 나왔는데 비가 거세진다. 바람막이도 젖을 것 같아 찢어져가는 우비를 뒤집어썼다. 우비를 사도 되지만 생장에서 시작한 우비로 끝 마치고 싶다. 이상한 똥고집이 발동되었다.

목은 늘어나고, 구멍도 뚫렸다.

일본 애니 가오나시가 생각난다...

사리아 주택가를 걷는 중

결국 우비모자는 맥아리 없이 뒤로 떨어졌고

바람이 매서우며 비가 사선으로 내린 덕분에 세수 중이다.


전날 만났던 한국인 선생님들과 뿔뽀를 먹으러 왔다.

뿔뽀(PULPO) = 문어

이름이 너무 귀여워 까먹지 않을 것 같다.


A Cantina Pulpería Luis

현지인 뿔뽀 맛집

문어는 갈리시아 지방의 특산물인데 문어가 살기 좋은 자연환경,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 전통 지식과 기술,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며 문어가 풍부하게 잘 잡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문어

장인 아저씨의 싹둑 가위 손질에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문어를 시키면 빵을 주는데

이 빵에 올리브유를 뿌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문어

태어나서 먹은 문어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위에 올리브유랑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서 주는데 환상의 조합

순례자들이 별로 없고 거의 다 동네 주민이었다.

다음 장소는 마트

멜론을 살까 말까 하다가 샀는데 정말 설탕이다.

숙소 와서 쉬다가 출출해서 과일 먹는 중.

비가 와서 마을을 돌아다니지 못했다. 아까 산 멜론을 다른 순례자들에게도 나누어주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한다.

다시 마트로 출근...왜냐하면 초콜렛이 너무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비도 감수하게 하는 이 당김이란...

초콜렛을 사려다 다이제 비스무리한 이 과자를 샀다.

과자를 밤에 먹어버렸지 뭐야..로 끝난 오늘




산티아고까지 100km 남짓 남았다.

세상에.. 벌써 700km를 걸었다고...?


원래 오늘부터 산티아고까지 5일 걸릴 예정이었는데 4일로 줄이려고 한다. 처음과 중간 순례길을 같이 걸었던 바흐레이와 헤어지기 너무 아쉬워서, 바흐레이가 떠나는 날 내가 좀 일찍 도착해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


참 신기하다.

사람 하나 때문에 계획도 바뀌고, 마음도 움직인다.


나는 사람을 신중하게 사귀는 편이다.

이게 내성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계획을 바꿀 만큼의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게 된다. 누구나 결정할 때는 더 큰 가치를 향해 기울게 되니까.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잘 만나는 일이다.

모든 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고, 삶은 타인과의 끝없는 인과관계 속에서 이어진다.


그래서 함께 삶을 꾸려나갈 때 그 사람이 나에게 해가 되는지 아닌지를 보는 기준은 필요하다. 물론 매번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판단하려 드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아마 누구나 자연스럽게 ‘느낌’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내 사람인지 아닌지. 이 사람이 내 인생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


여자는 그걸 직감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분명 의미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중에서 깊어지는 관계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만드는 편이다. 그게 어쩌면, 내가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식인 것 같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렇게 글로 설명하다 보니 괜히 이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냥,

보고 싶어서 빨리 가는 거다.

만나고 싶고, 같이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계획을 바꾸게 만드는 사람들.


#그러다 #인생도 #바뀔수있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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