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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Dec 08. 2023

우리 사회 만연해 있는 비교리즘_그림 by규림

"알바 인생은 사람답게 살 수 없어!"라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은 시험기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문장은 읽어본 사람가운데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짐작한다. 지금 한국의 실정에서 일 년 내내 시험 기간이 아니었던 적이 언제 한 번이나 있었을까. 시험 이후 결과에서 원하는 대로 성과가 나오든 아니든 그들은 큰 일 이후에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슬럼프,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실감을 겪게 된다. 어떤 테스트에 통과하든 아니든 열심히 달려온 그들의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테스트로 감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것은 시험에 통과한 학생도, 아닌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내면을 단단히 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은 그 슬럼프로 한참 동안 일상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지금 또다시 한국 입시와 교육 과정에 놓인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더 나아가서는 중학교 과정부터는 반드시 겪게 되는 시험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시험에 대하여, 또 진정한 공부에 대하여 학생들과 여러 차례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공부는 일반적 지식에만 범위를 테두리를 정해 가두고 싶지는 않아. 공부는 마음과 생각과 실천까지 함께 되어야만 가능해지는 거라 믿어. 공부의 시작은 마음에 있다고 봐." 혹시 나의 말을 이해했다면 자신을 들여다보며 진정한 공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노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최근에 있었던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비교리즘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있고 같은 시험을 본 두 학생 B와 M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깝다. 둘 사이에서 사소하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인간의 은밀한 감정까지 그리고 앞서 말한 슬럼프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다. 그 둘을 지켜보면 미소를 지어지지만 인간의 내면 구석에 자리한 은밀하고 미묘한 감정을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시험이 있기 전부터 친구 사이인  사람에게선

 미세한 균열이 있었다. 한 번씩 B는 비장한 각오를 하는 거처럼 말하곤 했다. M에 대해 말할 때, M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M이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도 B만이라도 친절하게 대해주면 안 될까? 하고 물었다. M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아직 관계를 어가기엔 나이에 비해 대처가 많이 서투른 거 같다고." 선생님과의 관계나 소통에서는 M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나이가 같은 그들 세계에서, 그들 간에는 좀 다를 수도 있으리라. "서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란다." B에게 말했다. "다르다고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옳고 그름이라기보다는." 언젠가 M의 수업이 있었던 날 아이는 힘없이 들어와 인사하며 그날은 B와 손절하기로 했다며 슬픈 눈으로 말했다. B를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정리하면 된다고. 걱정하는 나를 두고 M은 말을 아끼며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그때까지는 내면의 상처가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다시 만난 M은 B와 잘 지내기로  했다고 했다. 이제 아이들 각각 다르다는 것을 조금은 인정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로가 말을 할 때 M은 B를 B는 M을 고집스럽다고 말한다. 한 번도 자신의 뜻을 굽히며 양보하지 않는다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배려라는 태도가 두 사람 사이에, 상호 작용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그리고 얼마 후인 최근에 시험이 있었다. B는 순진하기도 하고 순발력이 좋고 장점이 많은 친구다. 운동을 잘하며 외모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아마도 B가 가진 성품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M은 열정과 끈기가 남다르다. M은 운동을 잘 못한다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그런 것들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얼마 전의 시험에서 M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성취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M은 그동안 학습의 욕구는 가득 하나 자신의 고집스러움을 버리지 못하고 이전의 시행착오를 반복해 오고 있었다. 지켜본 선생님의 시선에서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 번 얘기하며 피드백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고쳐 나가던 과정이었으며 이번 시험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결과로 성취감을 맛볼 기회를 찾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런 현실과 맞닥뜨렸다. M은 이 결과로 친구들 관계며 자신의 내면까지도 치유되리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B의 심리에 집중해야 한다. B는 지금까지 한 번도 M의 실력을 믿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열공하고 집중한다고 습관처럼 뱉어왔던 M의 결과는 매번 B를 뛰어넘은 적이 없었다. 그들 주변에도 M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거나 선의의 경쟁을 할 사람은 없었다. 이번엔 좀 다를 거라는 나의 말에도 선생님의 예상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것은 거의 확신이었다. 이후 시험 결과가 나왔고 대반전으로 M은 반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B 역시 아주 잘한 편이었데... 시험 결과가 나온 날 B는 2교시를 연속으로 흐르는 눈물 때문에 힘이 들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M이 기쁨에서 먼저 시험 결과를 말하다 침울하게 B가 울었다는 얘기를 했다. 나의 복잡한 마음, 미묘한 인간 심리가 그 둘의 이야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B의 마음이 묘하게 이해가 되며 인간 심리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B를 만났고 그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성적은 나쁜 편은 아닌데 M이 자신을 이긴 경우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여전히 그 마음이 뭔지 잘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속에 분노도 좀 있는 거 같고 받아들일 수 없음도 포함된 거 같다고. "잘 안 되겠지만 인정하고 축하해 주면 좀 어떨까." B에게 그 방법도 권해봤다.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같다며 B는 지금 당장은 회피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도 B와 같은 미묘한 내면이 있고 주변에서 그와 같은 모순을 여러 번 경험해 왔다. 인간의 잣대! 기준치! 사실 인간을 가장 편협하고 독단 독선에  빠지게 하는 것이 나를 기준으로 주변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은연중 하고 있는 생각과 미묘한 감정. 타자가 누르거나 만들지 않은 순전히 나에게서 시작된 나의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걸까? 상대적 비교 우위에서 찾아오는 상살 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닌 상대가 가졌기에 나에게 고통처럼 찾아오는 상실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마도 감정 중에서도 해결되지 못한 이 문제로 시간 복잡하게 같은 길을 헤매며 걷고 있었다. 글을 쓰며 진심인 내 마음과 감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과오를 저질렀을까.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야 말로 은연중에 잠식한 가장 큰 가해는 아닐까. 


최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내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었다. 지인은 최근에 공부를 하지 않고 부모가 다른 제안을 여러 번 시도했을 때도 관심 없이 남의 일처럼 말하는 아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제안 하나를 했다고 한다. 방학 동안 아이가 조금이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길 바라며 알바를 권했다고 한다. 알바의 장점을 여러 가지 얘기하다 말을 끝맺는다. 그 맺음에서 아이에게 자극을 주려고 "알바 인생은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어."라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뱉은 자신에게  정말 많이 놀랐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분법적인 사고. 알바의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본다. 지인에게 나도 놀랐다고 했다. 내가 아는 분이 맞는지 이야기 속 지인이 너무 낯설다. 어쩌면 낯선 지인의 모습에서 나를, 우리의 모습을 보았는지 모른다.


은연중에 뱉어내는 우리 인간의 파렴치한 진심은 어디까지일까. 비교 우위에 있는 누군가 상대를 대할 때 상대는 나보다 잘해서도 안되고 잘하면 더욱 안된다. 그는 항상 나보다 아래에 있어야 하므로 그가 큰 성과를 내어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다. 바닥을 탁탁 긁어서 겨우 나오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에 살짝 몸을 기울여 기대어 본다. 지인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뱉어낸 속마음 또한 우리 내면에서 언제 튀어 오를지 모르는 비참한 우월감이 저지른 아픔이며 그 속마음을 그렇게 토해 냈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모순적인 나의 모습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교리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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