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목적

오일러의 항등식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by 무 한소

수학의 목적은 진리를 향한 정직한 태도다.


수학의 세상에서 그 언어를 쓰며 이상과 현실, 실용과 아름다움의 경계에서 고민하며 진심으로 한걸음 옮기기 힘들어할 때였다.


박사를 향한 나의 사랑은 오래전 그날로부터 시작된다. 박사의 순수함을 흠모했고 열정으로 숨소리를 죽여가며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수학의 세상에서 마주하며 함께 한 길고 긴 시간이었다. 그의 모든 기억은 80분, 딱 80분 후에 다시 새롭게 세팅된다. 역설적이지만 반복해서 리셋되는 순수한 그의 시간 안에 내가 있었으며 수식에 대한 사랑, 수에 대한 박사의 몰입과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이제 박사가 내게 전한 수학의 목적을 밝히고자 그들이 존재했던 수의 세상을 나의 시선으로 담아본다.




박사와 루트, 그리고 루트의 엄마 단 세 사람이 이루는 우주가 '수'의 세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시점 아무런 경계도 짜인 룰도 없이 그렇게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박사는 그들만의 '새 우주'에 점점 깊이 빠져 들었다.



시작은 그들의 공통 관심사인 야구를 통해서였다. 먼저 과거 또는 80분 전 잊힌 기억 꺼내기 그리고 루트와 그녀의 노력으로 세 사람만의 특별한 기억의 우주 야구 경기장이 만들어진다. 그곳은 박사가 사랑하는 조용한 곳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었다. 공간적 배경으로 나의 박사가 그런 곳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내 마음과 같이 루트 역시 항상 박사를 걱정하고 염려한다. 루트는 박사에 대해서만은 항상 깊은 관심과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주 사소한 것 까지도... 80분짜리 기억을 간직한 애처로운 박사지만 그의 에너지는 수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뿜어져 나오면서 생성된다. 루트와 박사 간의 감정은 서로 상호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지켜줌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 박사가 무한히 수식을 사랑할 수 있었던 근원은 타고난 성향과 관심이기도 했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가능했으리라 짐작한다.




수학은 삶이 어떤 균형 위에 서 있는가를 확인하는 언어이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진실 하나를 끝끝내 잡으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박사를 향한 나의 무한한 사랑은 그것이 무엇이든 조심스럽고, 망각으로 단절된 그의 세계에 가슴 한편이 저며오며 시작되었다. 그런 맑은 영혼에서만 나올 수 있는 무리수와 수식에 대한 그의 사랑을 강하게 질투하면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세계와 80분짜리 현실의 세계에서의 그의 눈을 함께 쫓는다.


박사가 꿈꾸고 있는 우주는 루트가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우주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현재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세상과 그들이 프레임 밖으로 몰아낸 내가 속해있는 이곳이 전혀 다른 거처럼.




박사가 우주에 대한 기억들을 꺼낼 수 있도록 루트와 엄마는 박사와 함께 야구장으로 향한다. 두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박사가 야구장에서 처음으로 얘기한 건 다이아몬드 즉 1루부터 홈으로 연결된 구장의 모양이었다. 그가 바라본 우주에 대하여 짚어보면 구장(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27.43미터라 했으며 이후 바로 눈에 들어오는 루트와 자신의 좌석번호에 대해 집중한다. 박사는 자신의 우주에서 특별한 수와 맘껏 친분을 쌓아간다. 좌석번호 7-14와 7-15의 인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의미부여를 했다.

714=2 × 3 ×7 ×17 , 715=5 ×11 ×13

714 ×715=2 × 3 ××5 ×7 ×11 ×13 ×17=510510

714의 소수들의 합과 715의 소수들의 합이 같다.

2+3+7+17=5+11+13=29

박사는 이와 같은 성질의 연속하는 정수 쌍은 아주 드물다며 그들의 인연을 매우 특별하다고 여긴다.

[(0 < x <20000) x의 개수는 26쌍이 존재한다.]


그들만의 우주인 야구장에서의 첫 번째 경험 이후 박사는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의 '첫 우주'는 지금까지 그랬던 거처럼 그에게는 신음소리를 통해 밤새 앓으며 완전한 망각으로 드러나는 그저 제3세계일 뿐이었다. 야구장을 다녀온 사실조차도 망각해 버린 그들 간의 우주에 대한 기억은, 비록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루트와 엄마에게는 추억이었지만 박사에게는 단지 망각된 세계일 뿐이다.


'파울 볼'로부터 루트를 지켜준 박사는 80분이 지난 이후 이미 자신 안에서 죽은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죽고 자신의 침대에서 리셋된 '0'의 세계에서 다시 80분짜리 기억을 채워나간다. 박사가 없는 곳에서도 그들은 이미 생활의 곳곳, 여러 풍경에 스며들어있는 박사가 사랑한 소수를 볼 수 있었다. 이후 그가 말한 진실을 기억했다.


"실 생활에 보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수학의 질서가 아름다운 거야."


"수학의 목적은 오로지 진실을 밝혀 내는 데 있어."

박사에게 진실이라는 말은 소수만큼이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지녔다.


박사는 자신이 말한 '사실적 진실'이 박사에 대한, 수식에 대한, 소수나 무리수에 대한 내가 갖는 사실적 진실과 감정적 진실에 대해 얼마만큼 고민하게 하고 다시 한번 혼란에 빠뜨리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보이는 사실들만 믿고 따르며 세상과는 분리되어 갇혀 지내온 존재다. 경계하는 타자가 친구라는 걸 인정하고 믿을 수 없기에 상황과 사람을 몰아가기도 한다. 성별과 나이, 신분... 에서 거리가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믿고 사실적 진실에 지나치게 의지한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사실적 진실은 과연 진실일까?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망각된 기억 속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은 무한했던 박사는 메모지 한 장을 남기고 자신만의 세계로 떠난다.


수식 하나만으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오일러의 항등식은 다음과 같다.


e^iπ +1=0


단순히 수학적으로 완벽한 식이라는 평가 때문만은 아니다. 이 수식에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개의 수가 등장한다.덧셈과 곱셈, 거듭제곱, 지수와 삼각함수까지. 수학의 다양한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들이 하나의 수식 안에서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토록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아름다움을 완성해 낸다.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복잡하고 낯선 일들, 예상하지 못한 감정들,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며 나의 하루를 만든다. 그렇게 다르고 어지러운 것들이, 어떤 순간엔 뜻밖의 조화를 이루며 나는 목적을 이루어간다.


정수처럼 분명한 나, 무리수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 허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 삶의 각 요소들이 수학 속에서 그 자리를 갖듯, 나 역시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 수식은 마치 삶을 응시하는 하나의 문장 같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순간, 우리는 의미를 발견한다. 다시, 그 순간이 모여 삶의 목적이 된다.


오일러의 공식에서는 내가 보는 우주와 박사가 정리해 준 우주를 다시 보게 된다. 나에게 오일러의 항등식이 충만한 밝음으로 다가온 것처럼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빛이었다. 몇 백 년간 감춰진 어둠 속 동굴에 새겨진 한 줄의 시였다.


모든 수학의 기둥 같은 수들이 단 한 줄 안에서 서로를 품는다는 점에서, 오일러의 항등식은 수학이 도달한 가장 조용한 진실이자 가장 화려한 축제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자신)와 박사' 그리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대해 함께 사랑하고 열정에 대한 그의 순수함을 흠모하며 단절된 그 세계를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적 현상에 갇혀있다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여러 무리수나 복소수에 갖는 순수성과는 다르게 나의 시선에서 수식들은 비록 순수함은 덜하더라도 무한히 확장되어 날개를 달고 우주 안의 조화로 발전한다.


오일러의 항등식이 주는 천상의 하모니의 아름다움은 곳곳의 전율이 녹아드는 무리수와 0의 세계, 허구의 우주에 자리하는 여러 별과 같은 복소수의 마주함과 유한의 세계로 다시 발돋움을 하니 그것이 처음과 같음을 인지한다. 발돋움은 박사만이 거뜬히 연결할 수 있을까. 진리는 진리이다. 박사의 세계는 사실적 진실의 세계와 감성적 진실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그 어느 것도 진실이라고 할 수 없음을 감히 보여주고 있다.


오일러의 함수 식이 원주율(π)을 만나서 하모니를 이루는 그 수식은 나에게는 진리로 닿았다. 그녀도 그걸 확실히 보았고 확인했고 신뢰했으리라.


박사가 80분을 넘지 않는 기억의 세상으로 빠져 들 때쯤 그들 간의 마지막 파티가 열렸다. 박사는 항상 루트의 이름에 대한 의미를 찾고 얘기했다. 박사는 루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루트를 마치 "어떤 숫자든 가리지 않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 그에 합당한 신분을 부여하는 기호 같다고."


소수를 특별히 사랑하는 박사는 루트를 생각하며 소수를 정리한다. 모든 자연수를 n이라고 하면 소수는 4n+1이나 4n-1로 표현된다.

ex) 13=4 ×3+1=2^2+3^2

19=4 ×5-1

전자의 소수는 항상 두 수의 제곱의 합으로 표현되지만 후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박사는 루트와 같이 순수함이 있으면 소수 정리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라고 말했다. 마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박사의 행복은 과연 계산의 어려움이나 수식의 복잡함, 단순함과는 관계없이 결과의 정확함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까? 시공간이 단절된 세상에서 소수와 무리수가 존재하고 그들과 박사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우주에서 박사는 과연 행복했을까? 그곳에서는 수식의 진리인 오일러의 항등식이 존재했다.


가끔은 오일러의 항등식에서 처럼 무리수 e는 허상의 우주에서 자유로움을 취하고 원주율이 날개를 달고 박사가 맞이한 봄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그 자리를 둘러온 아름다운 우주에서는 망각된 기억들로 그가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해지기를 고대한다.


'박사에 대한 나의 사랑'은 여기까지이다. 저며오는 아련한 슬픔, 아쉬움과 아픔에 가슴을 쥐었다. 여러 날 독자와 나누게 될 사랑과 감동, 그의 수식에 대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거슬러 오래전 그날을 꽉 채웠던 열정과 그를 향한 흠모의 마음을 다시 꺼내 펼쳐내었다.


박사가 전한 수학의 목적생생하게 떠올리며 그때 급격히 뛰었던 심박수를 기억한다. 나와 주변의 삶이 그저 진실된 아름다움으로 좀 더 풍요롭기를 고대하는 마음이 바로 박사가 전한 수학의 목적이라고 생각을 정리한다.


결국 절댓값이 관계의 거리였다면, 오일러의 항등식은 관계 그 자체가 품고 있는 진실을 보여준다.


수학의 목적은 진리를 향한 정직한 태도다.



*note*


오일러의 함수 식

e^ix=cosx+isinx

x=파이(π )를 양변에 대입

e^iπ=cosπ+i×sinπ

=-1+0

∴ 오일러의 항등식은

e^iπ+1=0로 나타난다.


y=sinx와 y=cosx는 삼각함수이며 주기 함수이다.

여기서 x:각도(°)

sin값과 cos값은 직각 삼각형에서 찾을 수 있다.

sinx=높이의 길이 /빗변의 길이

cosx=밑변의 길이/빗변의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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